기흥·충주·망향 등 7개 휴게소서 납품대금 53억원 미지급

국토부 전수조사서 불공정행위 58건 접수
시설비 전가·고가 식자재 강매·전관 개입 신고도 확인
도로공사, 운영업체 평가에 징벌적 감점···직계약 구조 개선도 추진
기사입력:2026-05-14 18:43:17
사진=기흥휴게소
사진=기흥휴게소
[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고속도로 휴게소 입점 소상공인에게 지급되지 않은 납품대금 53억원이 정부 전수조사에서 적발됐다. 납품대금 미지급뿐 아니라 시설 유지관리 비용 전가, 고가 식자재 강매, 계약해지 요구, 전관 개입 의혹 등 휴게소 운영 구조 전반의 불공정행위 신고도 잇따라 접수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3일부터 30일까지 2주간 고속도로 휴게소 입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납품대금 미지급 등 불공정행위를 긴급 전수조사한 결과, 모두 58건의 신고를 접수하고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9일 용인 기흥휴게소를 방문해 입점 소상공인들의 피해 사례를 직접 들은 뒤 이뤄졌다. 당시 소상공인들은 중간 운영업체의 납품대금 미지급과 각종 비용 전가 등 휴게소 현장의 불공정 관행을 호소했다.

국토부는 이후 현장 점검과 간담회를 통해 입점 소상공인의 의견을 들었다. 국토부 홈페이지에 ‘휴게소 불공정행위 신고센터’도 운영해 피해 신고를 접수했다.

조사 결과 기흥임대·기흥민자·충주·망향 등 7개 휴게소에서 총 53억원의 납품대금 미지급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4개 휴게소는 입점 소상공인에게 미지급액 약 26억원을 모두 지급했다. 나머지 3개 휴게소인 기흥임대·기흥민자·망향에서도 약 22억원이 지급됐다. 이에 따라 전체 미지급액 53억원 가운데 48억원이 지급됐다.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는 남은 미지급액도 조속히 지급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도로공사는 입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법률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압류 등 법적 절차에 관한 무료 상담도 제공한다.

납품대금 지급 과정에서 추가 피해도 확인됐다. 기흥휴게소 일부 입점 소상공인은 미지급 대금 지급 과정에서 계약해지를 요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도 중간 운영업체가 계약해지와 퇴점을 요구한 사례도 적발됐다.

국토부는 이로 인해 영업이 중단된 입점 소상공인의 피해 회복 방안을 도로공사와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납품대금 미지급 외의 불공정행위 신고도 다수 접수됐다. 일부 중간 운영업체는 급·배수시설 관리비와 간판 설치비 등 시설 유지관리 비용을 입점 소상공인에게 떠넘긴 것으로 신고됐다. 시중보다 비싼 식자재를 사용하도록 강요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간 운영업체가 직원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신고도 있었다. 일부 매장 운영자가 휴게소 매장 운영권을 제3자에게 넘긴 전대차 의혹도 접수됐다.

신고자 보호 문제도 드러났다. 입점 소상공인이 도로공사에 중간 운영업체의 갑질을 신고했지만, 민원인의 신원이 중간 운영업체에 전달돼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례가 있었다.

도로공사 퇴직자의 휴게소 운영 개입 의혹도 제기됐다. 도로공사 전관이 중간 운영업체 자회사에 취업해 휴게소 관련 로비 활동을 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휴게소 입점을 원하는 소상공인에게 소개비를 받고 중간 운영업체를 알선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다만 국토부는 전관 개입과 소개비 수수 등 일부 사안은 신고 단계인 만큼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조치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납품대금 미지급과 갑질을 한 중간 운영업체가 휴게소 운영에서 배제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도로공사는 앞으로 휴게소 운영서비스 평가에서 납품대금 미지급과 갑질 행위에 징벌적 감점을 부과한다. 사안이 중대하면 계약 해지까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납품대금을 미지급한 업체에는 향후 휴게소 운영 입찰에서도 큰 폭의 감점을 부과한다.

국토부는 지난달 8일부터 납품대금 미지급 등에 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신고된 불공정행위는 사실관계가 확인되는 대로 엄중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임금 체불 사안은 고용노동부 체불임금 진정 절차를 지원한다.

국토부는 휴게소 운영 구조 자체도 손보기로 했다. 현재 휴게소 운영 과정에서 공공기관과 입점 소상공인 사이에 중간 운영업체가 개입하면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지고, 소상공인의 협상력이 약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국토부는 공공기관과 입점 소상공인이 직접 계약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도로공사 퇴직자의 휴게소 운영 개입 문제에 대해서도 별도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공공성이 강한 시설이다. 그러나 운영 과정에서 중간 운영업체의 권한이 커지면 납품업체와 입점 소상공인이 거래상 약자에 놓일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미지급 대금과 각종 비용 전가 사례는 휴게소 운영 관리 체계에 허점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국토부의 대책이 실효성을 얻으려면 감점과 계약해지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고자 신원 보호 장치도 강화해야 한다. 불공정행위를 신고한 소상공인이 오히려 계약상 불이익을 받는 구조가 반복되면 피해 신고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그동안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불공정행위들이 여럿 확인됐다”며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을 철저히 이행해 고속도로 내 불공정행위를 근본적으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흥 민자휴게소 입점 소상공인 강제 퇴거와 같이 소상공인이 부당하게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로공사와 함께 회복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