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은 지난 7일 BOK 이슈노트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 가구패널을 분석한 결과, 무주택 가계는 주식 자본이득 1원 발생 시 부동산 자산을 0.7원 늘리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주식으로 번 돈이 소비로 사용되기보다 주택 구입 등 부동산 자산 취득에 먼저 쓰였다는 뜻이다. 이는 국내 증시 호황이 내수 진작보다 부동산 수요를 자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식 자본이득은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을 말한다. 실현이익과 미실현이익을 모두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자산 가격이 오르면 가계의 소비 여력이 커지지만, 한국에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한국은행은 앞선 분석에서 국내 가계의 주식자산이 1만원 늘어날 때 소비로 이어지는 금액은 약 130원에 그친다고 추정했다. 자본이득의 1.3%만 소비 재원으로 활용된 셈이다.
소비 대신 부동산으로 자금이 이동한 점은 낮은 자산효과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가계가 주식시장에서 차익을 실현한 뒤 주택 구입 자금으로 돌리면 단기 소비 확대 효과는 줄어든다.
곽법준 한국은행 조사국 거시분석팀장은 “주식 자본이득이 소비보다 부동산 등 다른 자산으로 이동한 점도 자산효과를 제약한 요인”이라며 “특히 무주택 가계의 경우 주식시장에서 발생한 이익을 주택 구입 재원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뚜렷했다”고 말했다.
실제 주가와 부동산 매입 흐름에도 연관성이 나타났다. 가계의 주식 자본이득이 확대된 뒤 1년가량 시차를 두고 부동산 순매입이 늘어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서울 주택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관찰됐다. 서울시 주택매입 자금 중 주식·채권 매각대금이 자기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월 4.9%에서 올해 1월 8.9%로 상승했다.
무주택자의 주택 보유 전환 가능성도 주식 수익과 함께 높아졌다. 주가 상승기에 주식 수익 상위 5% 무주택 가계가 유주택자로 바뀐 비율은 23.1%로 집계됐다. 주식 미보유자의 전환 비율 11.8%를 크게 웃돌았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 가계의 자산 선호와 관련이 깊다. 2011∼2024년 주택의 월평균 기대수익률은 주식의 약 2배였고, 변동성은 주식의 8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수익률은 높고 가격 변동은 작았던 부동산이 가계에 더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됐다는 의미다. 주식에서 이익이 나도 이를 소비하기보다 주택 구입에 보태려는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부동산은 한 번에 큰 자금이 필요한 자산이다. 무주택 가계가 주택 구입을 목표로 하면 주식 차익을 생활비로 쓰기보다 매입 자금으로 축적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자산시장 간 쏠림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증시 호황으로 생긴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이동하면 주택 수요를 자극하고, 다시 주택 가격 상승 기대를 키울 수 있다.
이 경우 주식시장 호조가 소비 회복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자산 가격 상승 압력으로만 작용할 수 있다. 내수 부진과 자산 불평등이 동시에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은 주식시장이 가계의 장기 자산 형성 기반으로 자리 잡으려면 부동산 가격 안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식 자본이득이 부동산으로 쏠리는 흐름을 줄이고 장기 주식 보유 유인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증시 호황의 성과가 소비와 내수로 확산되려면 가계 자금이 부동산으로만 향하는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 주식으로 번 돈이 주택 구입 대기자금에 머무는 한, 주가 상승이 체감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