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주유소 판매가가 아니라 정유사 공급가를 직접 통제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최근 몇 주간의 싱가포르 현물가격 평균에 일정 마진을 더해 정유사가 팔 수 있는 최고가를 정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한다. 국제 시세를 일부 반영하면서도 과도한 가격 상승을 막겠다는 계산이다. 표면적으로는 정교해 보인다. 하지만 가격은 시장의 신호다. 그 신호를 행정으로 누르면 다른 곳에서 왜곡이 생긴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국제유가와 환율이 뛰는데 국내 공급가만 상한에 묶이면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법에 따라 손실 보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고개가 갸웃해진다. 민간 가격을 억누른 뒤 그 비용을 재정으로 메우는 구조라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손실 산정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어느 범위까지 보전할지, 재원은 무엇으로 충당할지 모두 논란거리다. 조금만 기준이 느슨해도 기업 지원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엄격하면 공급 축소 우려가 커진다.
공급 차질 가능성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정부는 정유사가 물량을 쌓아두거나 수출로 돌리는 걸 막기 위해 매점매석 고시를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생산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국내에 공급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가격을 묶고 물량까지 통제하면 기업의 재고 운영과 판매 전략 전반이 행정의 관리 대상이 된다.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시장 참여자들이 손익을 따져 움직일 유인을 약화시키면 장기적으로는 공급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 조치가 구조적 해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의 유가 불안은 중동 리스크, 국제 원유 수급, 환율 변동 같은 외부 변수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정부는 원인을 다루기보다 결과를 누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당장 소비자 체감가를 낮출 수는 있어도 비용은 다른 통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재정 부담일 수도 있고, 공급 왜곡일 수도 있으며, 나중의 더 큰 가격 불안일 수도 있다.
시장 안정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그렇다고 가격 통제가 곧 안정은 아니다. 오히려 유류세 인하 같은 세제 대응, 취약계층과 운송업계에 대한 선별 지원, 비축유 운용 점검, 에너지 절약 유도처럼 시장 기능을 덜 훼손하는 대안을 먼저 검토하는 것이 순서에 가깝다. 충격을 줄이되 가격 형성 구조 자체를 흔들지 않는 접근이 더 지속 가능하다.
정부는 강한 메시지를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책은 메시지보다 설계가 중요하다. 가격 상한과 손실 보전, 물량 통제를 동시에 꺼내든 조치는 민생 대책이라기보다 시장을 관리 대상으로 보는 발상에 가깝다. 기름값을 잡겠다는 조급함이 시장의 자율 조정 기능까지 묶는 순간, 정책은 해법이 아니라 또 다른 불안 요인이 된다. 이번 석유 최고가격제가 정말 필요한 것은 강한 의지가 아니라 정교한 출구 전략이라는 점을 정부가 놓치지 말아야 한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