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2월 발간한 ‘주택가격 상승이 연령별 소비 및 후생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집값 상승의 효과가 세대별로 극명하게 엇갈린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가계 후생 변화가 대체로 청년층에겐 부정적으로, 고령층에겐 긍정적으로 나타났다고 정리했다. 1회에서 확인된 ‘청년·무주택층 소비 위축’이 단순한 체감이 아니라, 후생 격차로까지 이어졌다는 얘기다.
눈에 띄는 건 이 차이가 단순히 집이 있느냐 없느냐만으로 갈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자가 거주자 안에서도 50세 미만 젊은층의 후생은 감소하고, 50세 이상의 후생은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유주택자만 떼어놓고 봐도 세대별 차별적 영향이 다시 확인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주택자는 50세 미만 후생 감소의 약 40%를 설명했고, 50세 이상 후생 증가의 거의 대부분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산됐다. 이미 집을 가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집값 상승의 수혜 여부를 가를 수 없다는 의미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보고서는 젊은층의 후생 감소가 향후 최초 주택 구입이나 주거사다리 상향 이동을 위해 저축을 더 늘리거나, 차입을 확대하면서 현재 소비 여력이 줄어든 데서 비롯된다고 봤다.
지금 당장 집이 있더라도 더 넓고 더 나은 집으로 옮겨가야 할 가능성이 큰 젊은 가구에겐 집값 상승이 미래 지출 증가 신호로 읽힌다는 것이다. 반면 50세 이상 고령층은 유주택 비중이 높고 주거 이동 유인도 적어 자산효과가 더 강하게 작동했다.
보유 주택 가격대별로 봐도 흐름은 비슷했다. 저가·중저가 주택을 보유한 50세 이하 가계는 후생이 감소한 반면, 고령층은 주택가액과 무관하게 후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저가·중저가 주택을 가진 젊은층의 경우 현재 자가에 살더라도 자녀 교육이나 주거의 질 향상을 위해 더 높은 단계의 주거로 이동하려는 유인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집값 상승이 향후 주택 구입을 위한 저축 증가나 차입 확대로 이어져 후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반면 50세 이상은 주거사다리 상향 이동 유인이 낮아 상대적으로 자산효과가 우세했다. 다만 고가 주택을 보유한 가계는 연령과 무관하게 후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결과는 집값 상승의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기준이 단순한 ‘유주택 대 무주택’ 구도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청년층은 집을 갖고 있어도 아직 주거사다리 중간에 서 있을 가능성이 크다. 더 나은 주거로 옮겨갈 부담이 남아 있는 한, 집값 상승은 자산 증가의 기쁨보다 미래 비용의 확대에 더 가깝다.
반대로 고령층은 이미 주거를 상당 부분 확정한 상태여서 추가 비용 부담보다 보유 자산 가치 상승을 더 크게 체감한다. 같은 집값 상승인데도 체감 결과가 정반대로 갈리는 이유다.
특히 임대용 주택을 추가로 보유한 다주택 가계에선 자산효과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후생 증가가 두드러졌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전세를 활용한 갭투자보다 충분한 소득과 자산을 바탕으로 월세 임대주택을 운용하는 가계는 전 연령층에서 후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상승의 과실이 자산 보유 구조에 따라 더 집중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세대 격차 위에 자산 격차까지 얹히는 구조라는 뜻이기도 하다.
주진철 한국은행 경제모형실 금융모형팀 차장이 설명한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젊은층은 향후 주택 구입이나 주거 상향 이동을 위해 저축을 늘리거나 차입을 확대하면서 현재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있고, 고령층은 유주택 비중이 높고 주거 이동 가능성이 낮아 자산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결국 집값 상승은 세대별로 전혀 다른 경제 현실을 만든다. 누군가에겐 노후 자산의 확대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지금의 삶의 질을 낮추는 비용이다.
문제는 이런 차이가 개인의 체감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집값 상승의 과실이 고령층과 자산 보유층에 더 많이 돌아가고, 비용은 청년층과 주거사다리 아래쪽에 더 크게 전가된다면 세대 간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소비 여력과 삶의 질, 자산 축적 가능성이 동시에 엇갈리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이 단지 부동산 시장의 변화가 아니라 세대별 삶의 조건을 가르는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주택시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집값 상승의 승자와 패자는 이렇게 갈렸다. 이미 자산을 쌓고 주거 이동 필요가 크지 않은 계층은 상승의 과실을 누렸다. 반면 아직 집을 사야 하거나 더 나은 주거로 옮겨가야 하는 청년층은 그 비용을 먼저 떠안았다.
같은 집값 상승인데도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소비를 줄이며 버텨야 했다. 다음 3회에선 이런 세대별 격차가 내수 부진과 불평등, 저출산 같은 한국 경제의 구조 문제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짚는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