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2월 발간한 ‘주택가격 상승이 연령별 소비 및 후생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그 불편한 현실을 수치로 보여줬다. 우리나라 주택가격은 장기간 상당폭 올랐지만 가계소비 증가세는 둔화했다. 특히 40세 미만 젊은층과 무주택 가구에서 평균소비성향 하락이 두드러졌다. 집값 상승의 자산효과가 모두에게 똑같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대목은 한국 사회가 집값을 바라보는 오랜 습관을 다시 묻게 한다. 그동안 집값 상승은 흔히 경기 회복의 신호로 읽혔다. 자산이 불어나면 소비도 늘고 경제도 활력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청년층과 무주택 가구에겐 집값 상승이 미래의 더 비싼 전세금과 더 큰 대출, 더 멀어진 내 집 마련으로 받아들여졌다. 자산시장 호재의 반대편에서 소비 위축이 자라난 셈이다.
더 뼈아픈 건 그 부담이 단지 무주택자에게만 한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주택가격이 5% 오를 때 50세 미만 가계의 후생은 0.23% 감소한 반면, 50세 이상은 0.26%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같은 집값 상승이 세대에 따라 정반대 결과를 낳은 것이다. 젊은층은 앞으로 첫 집을 사거나 더 나은 주거로 옮겨가야 할 가능성이 크다. 집이 있더라도 주거사다리 위로 올라서야 한다는 부담이 남아 있다. 반면 고령층은 이미 주거를 상당 부분 확정한 상태에서 보유 자산 가치 상승의 혜택을 더 직접적으로 누린다.
결국 집값 상승의 승자와 패자는 단순히 유주택자와 무주택자로만 갈리지 않았다. 더 정확히는 이미 자산을 충분히 축적했고 추가 주거 이동 부담이 크지 않은 계층과 앞으로 더 비싼 주거비를 감당해야 하는 계층으로 갈렸다. 이 차이는 곧 세대 격차가 됐고, 소비 격차가 됐고, 삶의 안정 격차로 이어졌다.
여기서부터 문제는 부동산 시장을 넘어선다. 청년층과 무주택 가구가 주거비 부담 탓에 소비를 줄이면 내수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소비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은 계층이 지출을 줄이는 구조가 굳어지면 자산가격 상승만으로는 경제 전반의 활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집값 상승이 일부 계층의 부를 불려도, 경제의 바닥을 떠받치는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그 과실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높은 집값이 미래 설계 자체를 늦춘다는 점이다. 독립을 미루고, 결혼을 늦추고, 출산 계획을 접거나 뒤로 미루는 선택은 이미 낯설지 않다. 주거 불안이 길어질수록 청년층은 소비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인생의 주요 결정을 보수적으로 바꾼다. 집값 문제와 저출산 문제를 따로 떼어놓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주거비 부담은 생활비 문제이면서 동시에 사회 재생산의 문제다.
그래서 집값 문제를 단지 가격의 오르내림으로만 다뤄선 안 된다.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청년층의 소비를 살리고, 내수 기반을 지키고, 세대 간 불평등을 완화하고, 저출산 대응의 실마리를 찾는 일과도 맞닿아 있다. 집 한 채의 가격이 아니라, 그 가격이 사람들의 삶을 어디까지 압박하고 있는지를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집값 상승의 역설은 더는 낯선 경고가 아니다. 자산 가격이 오르는 동안 누군가는 소비를 줄였고, 누군가는 삶의 계획을 미뤘다. 집값 문제를 자산시장의 호재로만 읽는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면 내수 부진도, 세대 격차도, 저출산도 같은 자리에서 맴돌 수밖에 없다. 이제 필요한 건 집값의 방향이 아니라, 그 가격이 사람들의 삶을 어디까지 밀어내고 있는지 보는 시선이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