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위기경보 ‘경계’ 격상···정부, 나프타·석유화학 공급망 전방위 대응

호르무즈발 원유 도입 차질 본격화···천연가스 ‘주의’로 상향
대체 원유 확보·비축유 스와프·나프타 차액 지원 추진···매점매석·가짜뉴스 무관용 대응
기사입력:2026-04-03 14:40:50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동전쟁 관련 경제단체 간담회에서 국내 경제 영향과 산업 공급망, 에너지 수요 관리 협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동전쟁 관련 경제단체 간담회에서 국내 경제 영향과 산업 공급망, 에너지 수요 관리 협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공유경제신문 김승한 기자] 정부가 중동전쟁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발 원유 도입 차질이 본격화하자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지난 2일 0시부로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고, 나프타와 석유화학제품 공급망 안정 대책을 전방위로 강화했다. 천연가스 위기경보도 같은 시각 ‘관심’에서 ‘주의’로 올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오전 김정관 장관 주재로 제5차 자원안보협의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위기경보 상향안을 심의·의결했다. 회의에는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15개 관계부처와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관리원 등 9개 유관기관이 참여했다.

정부는 지난달 1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직전 마지막으로 통과한 유조선이 같은 달 20일 국내에 입항한 뒤 열흘 넘게 호르무즈발 원유 도입이 끊기면서 국내 수급 차질이 가시화했다고 판단했다. 중동 지역의 원유 생산·수송시설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며 국제유가 변동성도 커진 점이 이번 격상의 배경이 됐다.

천연가스는 카타르의 불가항력 선언 이후 현물 구매와 해외 자원개발 물량 등 대체 물량을 확보해 연말까지 수급 관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동아시아 국제가격 급등으로 전력·난방요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수요 관리를 위해 경보를 상향했다.

정부는 우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대체 원유 확보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물량 확보 가능성이 확인된 국가를 상대로 해외 공관 상무관과 코트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확보 협의에 나서고, 석유공사의 해외 생산분도 본격 도입한다. 비축유는 민간의 대체 원유 선적이 확인될 때 우선 제공하고, 이후 민간 도입분이 국내에 반입되면 상환하는 스와프 방식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수요 관리도 한층 강화한다. 정부는 원유 ‘주의’ 단계 발령 이후 시행 중인 공공부문 의무 차량 5부제를 더 강화하고 민간의 에너지 절약 참여도 확대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대중교통 이용 촉진과 교통비 부담 경감 대책을 추진하고, 천연가스 수요 관리를 위해 원전 이용률 제고와 석탄발전 폐지 시기 연장도 검토한다.

원유 도입 차질의 직격탄을 맞는 나프타와 석유화학 분야 대응도 본격화했다. 산업부는 같은 날 무역보험공사에서 주요 석유화학·화학기업 대표들과 ‘석유화학 업계 수급 안정 및 공급망 점검회의’를 열고 나프타 수급 현황과 석유화학제품 공급 대책을 점검했다.

정부는 대체 나프타 도입에 따른 기업 부담을 덜기 위해 추경예산 정부안에 4695억원을 반영해 수입단가 차액을 지원하고, 나프타 수출 제한 조치와 공급 확대 지원도 병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나프타와 석유화학제품 대응 원칙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나프타의 안정적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보건·의료와 핵심 산업,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석유화학제품의 국내 물량 공급을 책임 관리하며, 범정부 공급망 대응 체계를 상시 가동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동전쟁 이후 설치된 ‘중동전쟁 공급망 지원센터’를 통해 원료 수급, 가격 동향, 국내 생산 차질, 수급 애로를 종합 점검하고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관계부처와 즉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이 회의에서 “핵심 산업과 현장은 물론, 국민 생활 곳곳에서 공급 불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국가 공급망을 지키고 국민의 일상을 보호하는 일에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에 국내 물량 공급을 최우선으로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요청했고, 업계도 대체 나프타 도입과 석유화학제품 생산 확대, 국내 공급 확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일에도 후속 점검에 나섰다. 김 장관은 이날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재정경제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기후환경에너지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6개 부처와 반도체·디스플레이·전자정보통신·배터리·자동차모빌리티·조선해양플랜트·화학·철강·건설 등 9개 업종협회가 참석한 가운데 업종별 석유화학제품 수급 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정부는 중동전쟁 초기부터 업종별 주요 기업 공급망을 중심으로 석유화학제품 일일 수급 상황을 모니터링해 왔다고 설명했다. 수액제 포장재, 에틸렌가스, 종량제봉투 등 석유화학제품과 헬륨, 브롬화수소, 황산 등 소재는 현재까지 수급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석유화학제품은 종류가 많고 공급망 구조가 복잡한 만큼 민관이 함께 철저한 모니터링과 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주 나프타 매점매석 금지와 수출 물량의 내수 전환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규정을 시행한 데 이어, 플라스틱·포장재 원료인 석유화학제품에 대해서도 매점매석 금지와 필수제품 공급 차질 방지를 위한 생산명령 등을 담은 ‘석유화학제품 매점매석 금지 및 수급조정을 위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보건·의료, 생활필수품, 핵심 산업에 필요한 중요 품목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공급망 관리 강도를 더 높이겠다는 뜻이다.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단속도 강화한다. 정부는 가격 동향과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범부처 합동점검단 등을 통해 위법 행위를 적발할 경우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할 방침이다. 석유화학제품 분야에서도 매점매석과 가짜뉴스 등 공동체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김 장관은 “나프타는 산업의 쌀을 넘어 일상생활을 떠받치는 핵심 원료”라며 “흔들림 없는 석화제품 공급망을 구축해 국민 생활과 산업의 혈관이 끊기지 않도록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과 업계에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이어가 달라고 당부했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