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한국서 합법화·규제완화 투트랙 승부

미신고 숙소 정리로 신뢰 회복 나서면서도 공유숙박 규제 개선 요구 지속
지역관광·공공협력·문화보존 앞세워 영향력 확대···관광산업 내 존재감 더 커질 듯
기사입력:2026-04-14 17:26:13
사진=에어비앤비
사진=에어비앤비
[공유경제신문 안혜린 기자] 에어비앤비가 한국에서 숙박 중개 플랫폼을 넘어 관광정책과 지역관광 생태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불법·미신고 숙소 논란을 털어내기 위한 합법화 조치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공유숙박 규제 완화를 요구하며 제도 변화의 한 축으로 올라서려는 흐름이 뚜렷하다. 한국 시장에서 에어비앤비의 움직임은 이제 단순 영업 확대를 넘어 정책 환경과 산업 구조를 함께 바꾸려는 단계로 접어든 모습이다.

에어비앤비의 한국 사업 전략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신뢰 회복이다. 다른 하나는 제도 개선이다. 회사는 한국 내 미신고 숙소를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신고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플랫폼을 재정비하고 있다. 이는 그간 반복된 불법 영업 논란과 소비자 불안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숙박 플랫폼의 기본 전제인 안전성과 합법성을 먼저 확보해야 시장 확대 명분도 커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에어비앤비는 한국의 공유숙박 규제가 시장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관련 실거주 의무, 건축물 유형 제한, 내국인 이용 제한 등은 글로벌 관광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회사 측 논리다. 결국 에어비앤비는 한편으로는 자율 정비를 통해 제도권 신뢰를 얻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신뢰를 바탕으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대목은 에어비앤비의 한국 내 위상을 잘 보여준다. 과거에는 규제를 받는 해외 플랫폼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규제 논의에 직접 의견을 내고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치려는 이해관계자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관광객 유치 확대, 지방관광 활성화, 숙박 인프라 다변화 같은 정부 과제와 자사 사업 논리를 연결하는 방식도 한층 정교해졌다. 한국 관광산업의 성장 목표가 커질수록 에어비앤비가 내세우는 필요성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경제효과를 앞세운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에어비앤비는 한국 내 활동이 국내총생산과 일자리 창출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뿐 아니라 비도시 지역에서도 소비와 고용 효과를 낸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수치는 기업이 제시한 분석인 만큼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에어비앤비가 스스로를 단순 예약 중개업체가 아닌 관광산업의 파급효과를 만드는 경제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실제 한국에서 에어비앤비가 가장 공을 들이는 영역도 지역관광이다. 호텔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이나 전통문화 자원이 남아 있는 곳에서 공유숙박이 관광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수도권과 유명 관광지로 쏠리는 여행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회사 입장에서는 오버투어리즘 비판을 피해가는 동시에, 지방관광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와도 접점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공공 부문과의 협업 확대 역시 같은 맥락이다. 에어비앤비는 한옥 체험업 지원, 지역 호스트 교육, 관광 인재 양성, 공정관광 관련 사업 후원 등에 참여해왔다. 표면적으로는 지역사회와의 상생 모델이다. 하지만 기업 전략 차원에서 보면 숙소 공급 기반을 넓히고, 지방자치단체와 관광기관, 지역 단체와의 접점을 늘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플랫폼 기업이 거래만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공급자 교육과 지역 브랜딩, 제도 친화적 환경 조성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사회공헌과 문화보존 활동도 이 연장선에 있다. 에어비앤비는 국내 문화유산·지역사회 관련 단체 지원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공공성을 부각해왔다. 이는 글로벌 플랫폼의 전형적 한계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지역 주거를 잠식하고 기존 숙박업과 충돌하는 기업이라는 인식 대신, 전통문화와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뜻이다.

물론 에어비앤비의 한국 사업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플랫폼이 커질수록 기존 숙박업과의 갈등, 주거지 상업화 논란, 주민 불편, 관리·감독 비용 증가 같은 문제도 함께 커질 수 있다. 회사가 제시하는 지역경제 기여와 관광 분산 효과 역시 기업 친화적 해석이 강한 만큼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규제 완화가 소비자 편익과 관광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지, 아니면 시장 불균형과 갈등만 키울지는 여전히 남는 과제다.

그럼에도 큰 방향은 명확하다. 에어비앤비는 한국에서 더는 틈새 사업자가 아니다. 합법 숙소 체계 정비, 지역관광 확대, 공공 협력, 문화 자산 연계를 묶어 제도권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이는 기업 성장의 문제인 동시에 한국 관광산업의 규칙을 누가 설계할 것인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에어비앤비의 한국 전략이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제도권 안에서 사업의 정당성과 영향력을 함께 키우는 데 맞춰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숙박 중개 플랫폼을 넘어 관광 인프라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가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결국 향후 한국 사업의 성패는 외형 성장보다 제도 수용성과 지역사회 공존을 얼마나 입증하느냐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혜린 기자 rin796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