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연구장비 플랫폼 i-Tube, 기업 지원 인프라로 부상

KIAT 운영 산업기술개발장비 공동이용 시스템···중소·중견기업 연구개발 비용 절감 창구
장비·기관·전문인력 한데 묶은 공공 플랫폼 강점···데이터 최신성·현장 체감도는 성패 변수
첨단산업 장비 수요 커질수록 역할 확대 전망···양적 확장 넘어 이용 편의 높여야
기사입력:2026-04-17 17:38:12
사진=i-Tube
사진=i-Tube
[공유경제신문 안혜린 기자] 고가 연구장비를 직접 갖추기 어려운 기업이 늘면서 공공 연구장비 공동이용 플랫폼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그중 i-Tube는 장비를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민간 기업과는 결이 다른 시스템이다.

연구개발 장비를 한데 모아 기업과 연결하는 공공 인프라라는 점에서다. 이 플랫폼의 가치는 매출 규모보다 산업 현장의 접근성을 얼마나 높였는지, 기업의 연구개발 비용을 얼마나 낮췄는지로 가늠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i-Tube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운영하는 산업기술개발장비 공동이용 시스템이다. 성격상 일반 기업 분석의 잣대를 그대로 들이대기 어렵다. 민간 플랫폼처럼 유료 구독자 확대나 광고 수익을 추구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핵심은 전국에 흩어진 연구장비와 지원기관, 전문인력, 기술 서비스를 하나의 창구로 묶어 산업 현장에 제공하는 데 있다. 연구개발 역량은 필요하지만 자체 장비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이나 스타트업, 대학, 연구소에는 실질적인 지원망이 될 수 있다.

산업 현장에서 i-Tube가 주목받는 배경은 분명하다. 첨단산업으로 갈수록 시험·분석·평가에 필요한 장비는 더 비싸지고, 장비 운영에 필요한 인력과 유지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 기업 입장에선 장비를 직접 사들이는 방식이 늘 효율적인 해법은 아니다.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장비를 빌려 쓰거나 시험·분석 서비스를 외부에서 지원받는 편이 비용과 시간 면에서 더 합리적일 수 있다. i-Tube는 이런 수요를 제도권 안에서 흡수하는 공공형 연결 플랫폼이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강점은 집적 효과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개별 대학이나 연구기관, 지역 테크노파크, 시험인증기관 홈페이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필요한 장비와 서비스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보가 기관별로 흩어져 있고 실제 활용 가능 여부를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i-Tube는 이 과정을 한데 묶어 장비 검색부터 기관 탐색, 관련 서비스 연계까지 한 창구에서 진행할 수 있게 설계됐다. 기업 입장에선 정보 탐색 비용을 줄이고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연구개발 장비는 단순한 기계 목록만으로는 활용이 어렵다. 어떤 장비가 있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운영하는지, 어떤 분석이 가능한지, 예약과 사용이 얼마나 수월한지다.

i-Tube가 장비 자체뿐 아니라 지원기관과 전문인력, 서비스 정보까지 함께 묶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 검색 포털에 머물지 않고 산업기술 지원 인프라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려는 시도다. 공공 플랫폼으로서의 의미는 이 지점에서 나온다.

중소기업 관점에서 보면 i-Tube의 효용은 더 뚜렷하다. 첨단소재, 바이오, 미래차, 전기전자, 기계로봇 등 주요 산업군에서 시험·인증·평가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필요한 장비를 모두 자체 보유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장비 도입 비용도 부담이지만 이를 운용할 숙련 인력까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이용 시스템은 단순한 편의 수단을 넘어 기술개발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장비를 사는 대신 빌려 쓰고 필요한 분석만 의뢰하는 구조가 정착할수록 연구개발의 문턱은 낮아질 수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 입장에서도 i-Tube의 정책적 효용은 분명하다. 연구기관과 지원기관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축한 장비가 특정 기관 내부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된다면 자원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미 구축된 장비를 외부 기업과 연구자에게 개방해 활용률을 높이면 예산 집행의 효과도 커진다. i-Tube는 이런 공공 자산의 활용도를 높이는 통로로 기능한다. 결국 기업 지원과 공공 투자 효율화라는 두 가지 목적이 맞물리는 구조다.

다만 공공 플랫폼이라는 이유만으로 성과를 낙관하긴 어렵다. 실제 경쟁력은 장비 수나 등록 기관 수보다 현장 체감도에서 판가름난다. 플랫폼에 아무리 많은 정보가 올라와 있어도 장비 정보가 최신 상태가 아니거나 예약 절차가 복잡하면 이용자는 금세 이탈한다.

기관별 담당자 응답 속도, 예약 승인 절차, 이용 요금 안내의 명확성, 시험 결과 제공의 신속성 같은 요소가 종합적으로 맞물려야 플랫폼의 실효성이 살아난다. 장비를 보여주는 것과 장비를 실제 쓰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 점에서 i-Tube는 구조적 한계도 안고 있다. 플랫폼은 중앙에서 통합 운영할 수 있지만 실제 서비스 품질은 개별 운영기관이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플랫폼 안에 있어도 어떤 기관은 응대가 빠르고 이용 절차가 명확할 수 있지만, 다른 기관은 정보 갱신이 늦고 연결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런 편차가 플랫폼 전체의 인상으로 남는다. 결국 공공 플랫폼의 완성도는 시스템 화면보다 현장 운영의 균질성에서 드러난다.

공공 부문 특유의 운영 경직성도 넘어야 할 과제다. 민간 플랫폼은 이용자 불편이 확인되면 비교적 빠르게 화면 구성을 바꾸고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 반면 공공 시스템은 예산, 절차, 용역, 관리 체계 등의 영향으로 변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릴 수 있다. 그 사이 산업 현장의 기대 수준은 높아진다.

검색은 더 직관적이어야 하고, 신청 절차는 더 간단해야 하며, 문의에 대한 회신도 더 빨라야 한다. 이용자 경험을 민간 서비스 수준까지 끌어올리지 못하면 공공 플랫폼은 기능이 있어도 외면받기 쉽다.

정책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i-Tube의 양면성으로 꼽힌다. 이 시스템은 시장 논리만으로 성장하는 민간 스타트업이 아니다. 연구개발 정책, 장비 통합관리 제도, 예산 배분, 사업 운영 방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런 구조는 공공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정책 변화에 따라 사업의 속도와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민간 플랫폼처럼 수익성과 시장 확대만으로 평가하기 어렵고, 장비 가동률과 기업 지원 성과, 공동활용 실적 같은 공공 지표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i-Tube의 성장 여력이 낮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오히려 산업이 고도화할수록 역할은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미래차, 우주항공, 첨단소재 등 장비 집약적 산업은 갈수록 늘고 있다.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장비 접근 속도와 시험·평가 역량은 기업 경쟁력의 일부가 된다.

특히 초기 투자 여력이 부족한 기업에는 필요한 장비를 적시에 활용할 수 있는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i-Tube가 이런 수요를 안정적으로 연결한다면 정책 플랫폼을 넘어 산업 현장의 필수 기반으로 자리잡을 여지도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양적 확대보다 질적 고도화다. 등록 장비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장비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고 예약 절차를 단순화하고 기관 응답 속도를 관리하고 검색 결과의 정확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여기에 이용 목적별 맞춤 추천, 장비 활용 이력 기반 서비스, 기업 수요에 맞는 패키지 연계 같은 기능이 더해진다면 활용도는 한층 높아질 수 있다. 결국 플랫폼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장비를 품고 있는지가 아니라, 필요한 기업이 필요한 순간에 실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데서 나온다.

업계에선 i-Tube의 역할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본다. 한 산업기술 지원업계 관계자는 “첨단산업일수록 기업이 필요한 장비를 모두 자체 구축하기는 어렵다”며 “공공 플랫폼의 장비 접근성 확대와 연구개발 부담 완화 기능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의 성패는 숫자가 아니라 실제 이용자가 체감하는 편의성에서 갈린다”며 “정보 최신성, 기관 응답 속도, 절차 간소화 같은 운영의 디테일이 결국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덧붙였다.


안혜린 기자 rin796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