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A 재고 증가에도 국제유가 반등···중동 불안에 공급 우려 지속

미국 상업용 원유재고 3년 만에 최고 수준···시장 예상 웃도는 증가폭 기록
호르무즈 해협 통항 불확실성 여전···재고보다 지정학 변수에 더 민감한 장세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국내 유류비·물가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
기사입력:2026-04-09 19:11:14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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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미국 원유재고가 시장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었지만 국제유가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에 다시 반등세를 나타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재고 지표는 통상적인 하락 재료로 받아들여졌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공급 차질 우려가 이어지면서 시장은 재고보다 중동 정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상업용 원유재고는 전주보다 310만배럴 증가한 4억6470만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재고 규모는 약 3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 지역 인도지점 재고도 증가했고, 걸프 연안 재고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내 원유 저장량이 늘었다는 점만 놓고 보면 시장에는 분명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재료다.

통상 원유재고 증가는 수급 완화 신호로 해석된다. 공급이 상대적으로 여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재고 지표 발표와 함께 한때 약세를 보였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간 휴전 기대가 부각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점차 정상화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자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시장은 지정학적 긴장 완화 가능성을 유가 하락 재료로 즉각 반영했다.

그러나 하락세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시장은 휴전 기대만으로 중동 지역 공급 불안이 해소됐다고 보지 않았다. 선박 운항이 곧바로 정상화할지 불확실한 데다 군사적 긴장이 언제든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가는 낙폭을 줄인 뒤 다시 반등 흐름을 나타냈다. 재고 증가라는 수급 지표보다 공급 차질 가능성을 자극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큰 변수로 작동한 셈이다.

특히 세계 원유 물동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시장의 경계심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 해협은 중동산 원유 수송의 요충지로 꼽힌다. 통항 차질이 현실화하거나 정상화 시점이 늦어질 경우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시장이 중동 정세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공급 차질이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불안 심리만으로도 유가가 출렁일 수 있는 구조다.

이번 EIA 통계도 시장에 일방적인 하락 신호만 주지는 않았다. 원유재고는 증가했지만 휘발유와 중간유분 재고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제제품 수요가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단순히 원유가 쌓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전체 에너지 수급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시장이 재고 증가에도 추가 급락으로 기울지 않은 배경으로 꼽힌다.

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국제유가 흐름이 전형적인 수급 장세라기보다 지정학 변수에 크게 좌우되는 국면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재고가 늘었다는 사실은 분명 약세 재료지만, 중동 긴장이 해소되지 않으면 공급 프리미엄이 쉽게 걷히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 유가는 저장탱크 안의 재고 숫자와 해상 수송로의 안전 문제를 동시에 반영하며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분간 국제유가의 변동성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휴전 기대가 유지되면 유가 상승 압력이 일부 완화할 수 있다. 반면 현지 긴장이 재차 높아지거나 해협 통항 정상화가 늦어질 경우 시장은 다시 공급 불안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하루 사이에도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흐름이 반복될 수 있다는 뜻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단기 가격 방향보다 변동성 자체를 더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국내 시장도 영향권에 들 수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국내 수입단가와 정유사 공급가격,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된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다시 오르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물류비와 생산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소비자 체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국제유가 불안이 단순한 해외 원자재 가격 문제가 아니라 국내 생활물가와 직결된 변수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정부와 시장은 당분간 국제유가 흐름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원유재고 증가만 놓고 보면 가격 안정 기대를 걸 수 있지만, 중동 리스크가 남아 있는 한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시장의 최대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여부와 중동 지역 긴장 수위다. 휴전 기대가 이어지더라도 현장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유가 하락 폭은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될 경우 공급 우려가 재부각되며 국제유가가 재차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