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지난 2월 발표한 ‘초고령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에 따르면 노인요양시설 입소현원은 2008년 5만7천명에서 2024년 19만4천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입소정원도 연평균 8.4% 늘어 양적 공급은 확대됐다. 다만 수요자가 체감하는 유효 공급은 이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입소정원은 늘었지만 수요자가 느끼는 공급 부족은 질적 격차 탓에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장기요양기관 시설급여 평가 결과를 보면 최근 공표 기준 A·B등급 시설 비중은 38%에 그쳤다. 선호가 집중되는 상위 등급 시설이 구조적으로 부족하다는 의미다. 반면 일부 시설은 기본 서비스 수준에서도 미흡한 평가를 받았다. 인력 기준 위반 비중은 24.9%, 적정 배설 서비스 미흡은 28.5%, 간호 및 의료 서비스 미흡은 9.8%로 집계됐다.
이 같은 질적 차이는 곧바로 수급 양극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기준 A등급 노인요양시설은 대기인원이 정원 대비 133%에 달한 반면 하위 등급 시설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시설 수 자체보다 믿고 맡길 만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수요 증가는 고령화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중증 돌봄이 필요한 생애말기 고령인구와 일상생활활동 제약 고령인구가 각각 연평균 3.6, 4.2% 늘어나는 동안 입소인원은 연평균 8.0% 증가했다. 장기요양보험 도입으로 이용 문턱이 낮아졌고, 독거노인 증가와 여성 경제활동 확대 등으로 가족 돌봄 여력이 약화한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문제는 수요가 몰리는 지역일수록 공급 여건이 더 취약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생애말기 고령인구 대비 노인요양시설 잔여정원 비율은 서울이 3.4%에 그쳐 거의 포화 상태였던 반면, 전북은 12.4%로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지역 간 수요·공급 미스매치가 전체 수급 불균형을 키우는 구조다.
장시령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과장은 “입소정원은 늘었지만 수요자가 실제로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면서 좋은 시설에는 대기가 몰리고 그렇지 않은 시설은 외면받는 양극화가 나타난다”며 “양적 확대만으로는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질적 공급을 함께 늘리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도시 공급난 배경에는 제도적 한계도 자리하고 있다. 현행 일당 정액수가제는 지역별 부동산 비용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토지·건물 소유 의무에 따른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서울은 월 800만원 적자 구조인 반면 경남은 2천만원 흑자 구조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수요가 많은 도심일수록 신규 진입 유인이 약해지는 셈이다.
이 여파는 가족에게 돌아간다. 선호 시설 입소가 지연되면 중증 노인은 원치 않는 타지역 시설로 이동하거나 가족이 직접 돌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는 보호자의 노동시장 이탈과 간병 부담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생애말기 돌봄 인프라 부족이 개인의 불편을 넘어 사회적 비용으로 번지는 이유다.
앞으로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노인요양시설 입소인원이 2024년 19만4천명에서 2050년 53만3천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과 같은 상위 시설 부족과 지역 불균형이 이어질 경우 대기난과 서비스 격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과제는 시설 수를 단순히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수요가 집중된 지역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충하느냐가 핵심이다. 다음 기사에서는 화장률 94% 시대에도 대도시마다 원정 화장이 반복되는 배경과 화장 인프라의 구조적 한계를 짚는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