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다음 승부처는 산업 현장···월드IT쇼서 부상한 ‘피지컬 AI’

22일 코엑스서 2026 월드IT쇼 개막···17개국 460개 기업·기관 참가
반도체·로봇·통신·모빌리티 총집결···전시회 넘어 투자·수출 연결
정부, 향후 3년 피지컬 AI 집중 투자···산업 생태계 선점 경쟁 본격화
기사입력:2026-04-22 18:37:41
사진=2026 월드IT쇼(출처: 삼성전자)
사진=2026 월드IT쇼(출처: 삼성전자)
[공유경제신문 안혜린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열기가 산업 전반으로 번지면서 차세대 주도권 경쟁의 무대가 서비스에서 공장과 로봇, 통신망으로 옮겨가고 있다.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6 월드IT쇼(WIS 2026)’는 이런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현장이었다.

올해 전시의 전면에 선 키워드는 ‘피지컬 AI’였다. AI가 단순히 문서를 쓰고 답변을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현실 공간에서 기계와 설비, 이동체를 인지·판단·제어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정부와 기업이 한목소리로 부각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는 17개국 460개 기업·기관이 참가했고, 1400부스 규모로 꾸려졌다. 외형만 놓고 보면 국내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다. 하지만 올해 월드IT쇼의 의미는 규모 자체보다 산업의 방향을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데 있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시장의 관심이 응용 서비스에서 제조, 물류, 모빌리티, 네트워크 운영 같은 실물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이번 행사가 분명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참가 기업 면면도 이런 변화를 뒷받침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카카오, 기아 등 주요 대기업이 대거 참가했다. 마음AI, 대동 등 로봇·AI 융합 기업들도 전면에 섰다. 전시장에는 어워드테크관, 글로벌관, 엔터테크관, K-AI 반도체 생태계관 등 특별관이 새로 꾸려졌다. AI 반도체와 네트워크, 엔터테크, 글로벌 기술 협력 흐름을 전시 구성에 반영해 AI 산업의 밸류체인을 한 자리에서 보여주려는 의도가 읽힌다.

특히 산업계가 주목한 대목은 피지컬 AI를 둘러싼 실제 사업화 가능성이다. 피지컬 AI는 로봇과 자율주행, 산업 자동화, 디지털트윈, 지능형 통신망처럼 물리 세계의 움직임을 AI가 제어하는 기술을 뜻한다. 시장의 관심은 이미 대화형 AI의 성능 경쟁에서 벗어나 이를 실제 산업 생산성과 연결할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결국 고성능 모델 자체보다 반도체와 클라우드, 센서, 네트워크, 로봇 하드웨어, 운영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촘촘하게 결합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수상작 명단도 이런 산업 재편 흐름을 반영했다. 대한민국 임팩트테크 대상 대통령상은 K-콘텐츠 수출 과정에서 음원 분리와 교체, 더빙, 자막 작업 등을 AI로 자동화한 플랫폼을 개발한 가우디오랩이 받았다. 국무총리상은 생성형 AI 기반 법률 특화 서비스 ‘슈퍼로이어’를 선보인 로앤컴퍼니에 돌아갔다.

그러나 경제계와 투자업계의 시선은 보다 산업 인프라에 가까운 수상작에 쏠렸다.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기반 네트워크 가상화 기술, 엘리스그룹의 소버린 AI 클라우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한국어 실시간 음성대화 기술, 하이퍼엑셀의 대규모언어모델(LLM) 추론 특화 반도체, BNSR의 반도체 공정 진단 시스템 등은 AI 산업의 무게중심이 서비스 바깥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행사가 전시회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사에는 글로벌 ICT 전망 콘퍼런스, AI·ICT 인사이트 포럼, K-엔터테크 글로벌 서밋과 함께 글로벌 ICT 바이어 수출상담회, K-AI 챔피언스 IR 데이, 신기술·신제품 발표회가 함께 마련됐다. 해외 바이어 50개사와 국내 기업 190여개사의 맞춤형 상담도 진행된다. 기술을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투자 유치와 수출, 판로 개척으로 이어지는 사업 플랫폼 성격을 강화한 셈이다. 최근 전시 산업이 단순 홍보보다 거래와 자금 조달의 접점으로 진화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정부도 피지컬 AI를 차세대 성장 축으로 공식화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개막식에서 올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기본법을 시행하고, 약 10조원 규모의 AI 예산을 바탕으로 기술과 인프라, 인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발표한 피지컬 AI 핵심 경쟁력 확보 전략을 통해 향후 3년간 집중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AI 3대 강국 도약을 내세운 정부가 피지컬 AI를 반도체, 클라우드와 함께 전략 산업의 한 축으로 올려놓은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정책 구호로만 보긴 어렵다. 글로벌 AI 경쟁은 이미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통신 인프라 확보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여기에 로봇과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시장이 커지면서 AI의 가치는 디지털 서비스보다 실물 경제에서 더 크게 평가받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들 역시 초거대 모델 자체보다 특정 산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과 장비, 플랫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조업 기반이 강한 한국 산업 구조를 감안하면 피지컬 AI는 단순 유행어가 아니라 실제 투자와 설비,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분야다.

다만 장밋빛 전망만 경계할 필요도 있다. 피지컬 AI는 챗봇 서비스보다 훨씬 복잡한 산업이다. 고성능 AI 반도체와 정밀 센서, 저지연 통신, 대규모 현장 데이터, 안전 규제, 실증 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시간도 더 걸린다. 전시회 수상이나 기술 시연이 곧바로 시장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 이유다.

‘세계 최초’, ‘국내 유일’, ‘획기적 개선’ 같은 표현도 고객사 확보와 양산, 운영 안정성 검증까지 이어져야 비로소 산업적 의미를 갖는다. 투자업계가 기술력만큼 상용화 속도와 수익성 입증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이주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산업정책과장은 “생성형 AI를 넘어 산업 현장에서 실제 가치를 만들어내는 피지컬 AI가 앞으로 국내 AI 산업 경쟁력을 가를 핵심 분야가 될 것”이라며 “월드IT쇼가 국내 AI·ICT 기업들의 기술력과 사업화 역량을 시장과 투자자, 해외 바이어에게 동시에 보여주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혜린 기자 rin796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