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2로 전월보다 7.8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장기평균을 기준값 100으로 삼는데, 100을 밑돌면 장기평균보다 소비심리가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소비심리는 지난 2월 112.1까지 올랐지만 3월 107.0으로 낮아진 데 이어 4월에는 100선 아래로 떨어졌다. 한 달 새 낙폭이 7.8포인트에 이른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조정이라기보다 경기 인식 전반이 급속히 냉각된 흐름으로 읽힌다.
세부 지표를 보면 경기 관련 인식 악화가 두드러졌다. 현재경기판단CSI는 68로 전월보다 18포인트 급락했고, 향후경기전망CSI도 79로 10포인트 하락했다. 현재생활형편CSI는 91로 3포인트, 생활형편전망CSI는 92로 5포인트 각각 내렸다. 가계수입전망CSI와 소비지출전망CSI도 각각 98, 108로 나란히 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현재 경기를 더 나쁘게 보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의 소득 사정과 살림살이도 악화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취업기회전망CSI도 82로 7포인트 낮아져 고용 사정에 대한 불안도 확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출 항목별로는 재량 소비 위축이 뚜렷했다. 여행비 전망은 92로 전월보다 5포인트, 외식비는 93으로 4포인트, 교양·오락·문화비는 91로 3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의류비도 96으로 2포인트 내렸다.
반면 의료·보건비는 111, 교통·통신비는 111, 주거비는 105로 전월과 같았다. 경기 둔화 우려 속에 필수 지출은 유지하되 선택적 소비부터 줄이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물가에 대한 경계심은 다시 높아졌다. 물가수준전망CSI는 153으로 전월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로 전월보다 0.2%포인트 올랐다. 3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전월과 같았고,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0.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은 2.9%로 전월과 같았다.
소비자들이 꼽은 향후 1년 물가 상승 압력의 핵심 요인은 석유류제품이었다. 석유류제품 응답 비중은 88.8%로 가장 높았고, 공업제품 33.1%, 공공요금 31.4%가 뒤를 이었다.
전월과 비교하면 석유류제품 응답 비중은 8.7%포인트, 공업제품은 9.9%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농축수산물 응답 비중은 5.7%포인트 하락했다. 물가 불안의 무게중심이 먹거리보다 에너지와 공산품으로 이동한 셈이다.
자산시장 관련 기대는 경기 판단과 다른 흐름을 보였다. 주택가격전망CSI는 104로 전월보다 8포인트 오르며 다시 100을 넘어섰다. 금리수준전망CSI도 115로 6포인트 상승했다. 소비자들은 경기는 비관적으로 보면서도 집값과 금리 부담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한 것이다.
가계 저축과 부채 관련 인식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현재가계저축CSI는 96으로 1포인트 하락했고, 가계저축전망CSI는 100으로 전월과 같았다. 현재가계부채CSI는 99로 변동이 없었고, 가계부채전망CSI는 98로 1포인트 상승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도시 2500가구를 대상으로 이달 9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됐으며, 2262가구가 응답했다. 조사 결과는 경기 둔화 우려와 물가 상승 부담이 동시에 소비심리를 압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간소비 회복 흐름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 경제통계1국 통계조사부 경제심리조사팀 이흥후 팀장은 “이번 4월 조사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경기 인식이 전반적으로 악화한 가운데 물가 상승 우려도 다시 커지면서 소비심리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체감경기 둔화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 함께 나타난 점은 향후 민간소비 흐름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