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1년 미만 계약 사실상 금지···비정규직 절반 단기계약

1년 미만 기간제에 2027년부터 공정수당 지급 추진
기간제 14만6천명 중 7만3천명 1년 미만···지자체 비중 64.1%
사전심사제 강화·초단시간 남용 방지···예산 확보·정규직 전환은 과제
기사입력:2026-04-29 13:19:31
사진=서울시청(출처: 픽사베이)
사진=서울시청(출처: 픽사베이)
[공유경제신문 김승한 기자]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 절반이 1년 미만 계약으로 일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부가 단기계약 관행을 제한하고 고용불안정성에 대한 보상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공공부문이 먼저 불공정한 고용관행을 바로잡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복지 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퇴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한 1년 미만 반복계약, 상시·지속 업무의 기간제 활용,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 남용이 주요 개선 대상이다.

공공부문에서는 앞으로 상시·지속 업무를 정규직으로 고용한다는 원칙이 다시 강조된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1년 미만 기간제 계약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비정규직을 채용해야 하는 기관은 사전심사제를 거쳐 업무 특성과 계약기간, 채용 인원의 필요성을 입증해야 한다.

정부는 사전심사제가 형식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심사위원회에 외부위원을 포함하기로 했다. 사전심사제 운영 현황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에 반영된다.

정부가 올해 2월 6일부터 3월 20일까지 중앙행정기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지방공기업 등 약 21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는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가 14만6400명으로 집계됐다. 조사 참여율은 95%였다.

이 가운데 1년 미만 계약자는 7만3200명으로 전체의 50.0%였다.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 2명 중 1명이 1년을 채우지 못하는 계약 형태로 일하는 셈이다.

단기계약 비중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특히 높았다. 지방자치단체 기간제 노동자 6만9700명 중 4만4700명이 1년 미만 계약자였고, 비중은 64.1%에 달했다. 자회사는 51.4%, 지방공기업은 46.4%, 공공기관은 40.6%, 중앙행정기관은 34.4%, 교육기관은 29.6%였다.

계약기간을 세부적으로 보면 1년 미만 계약자 중 6개월 이상 9개월 미만이 2만6410명으로 36.1%를 차지했다. 9개월 이상 12개월 미만은 2만4482명으로 33.4%였다. 특히 11개월 이상 12개월 미만 계약자도 1만1498명, 15.7%로 나타났다. 1년에 근접하지만 1년을 넘기지 않는 계약이 적지 않아 퇴직금 회피성 ‘364일 계약’ 관행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임금도 고용 형태와 소속기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의 월 정액임금은 평균 289만원이었으나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는 평균 280만원으로 더 낮았다.

기관 유형별 월 정액임금은 공공기관이 357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지방자치단체는 275만원, 자회사는 265만원, 중앙행정기관은 264만원, 지방공기업은 254만원, 교육기관은 243만원이었다. 1년 미만 노동자만 보면 공공기관 307만원, 지방자치단체 286만원, 지방공기업 245만원, 자회사 244만원, 교육기관 241만원, 중앙행정기관 240만원으로 조사됐다.

동일 직종 안에서도 격차가 확인됐다. 사무 보조원의 월 정액임금은 전체 평균 284만원이었지만 중앙행정기관은 236만원, 자회사는 315만원이었다. 환경미화원은 전체 평균 268만원이었으나 지방자치단체는 245만원, 자회사는 336만원이었다. 시설관리 노동자는 공공기관 223만원, 지방자치단체 290만원으로 차이를 보였다.

복리후생 격차도 과제로 드러났다. 기간제 노동자는 공무직 등 정규직 노동자보다 복지포인트, 식대, 명절상여금 수령 비율이 낮았다. 같은 기관에서 비슷한 업무를 하더라도 임금과 복리후생에서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2027년부터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에게 공정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공정수당은 단기계약에 따른 고용불안정성을 보상하기 위한 수당으로, 계약 만료 때 일시 지급된다.

기준금액은 254만5천원이다. 이는 2026년 기준 최저임금 대비 118% 수준으로, 전국 지방정부 생활임금 평균을 반영한 금액이다.

지급률은 계약기간에 따라 8.5∼10%로 차등 적용된다. 1∼2개월 근무자는 10%를 적용받아 38만2천원을 받는다. 3∼4개월은 84만6천원, 5∼6개월은 126만원, 7∼8개월은 162만2천원이다. 9∼10개월은 205만5천원, 11∼12개월은 248만8천원이 지급된다.

공정수당은 단기계약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보상하는 동시에 기관의 단기계약 남용을 줄이기 위한 장치로 설계됐다. 계약기간이 짧을수록 높은 보상률을 적용해 불필요한 단기계약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의 적정임금 기준도 마련된다. 정부는 생활임금 평균인 최저임금의 118%를 적정임금 수준으로 보고, 월 정액임금이 이에 미달하는 노동자에게 부족분이 반영되도록 2027년 예산안에 관련 재원을 담을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적용 대상과 총소요 예산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실제 처우개선 폭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확정될 전망이다.

급식비, 복지포인트, 명절상여금 등 이른바 복지 3종도 개선 논의에 들어간다. 정부는 2026년 5월부터 기간제 노동자 등의 복지 3종 지급 실태를 살피고 단계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 운용지침은 정규직 전환 인력에 대해 급식비 월 14만원, 복지포인트 연 50만원, 명절상여금 기본급의 120%를 편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방공기업 예산 편성 기준은 급식비 월 16만원, 복지포인트 연 50만원, 명절상여금 기본급의 120%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런 기준이 기간제 노동자에게 일관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초단시간 노동자 남용도 제한된다. 공공부문에서 주 15시간 미만 기간제 노동자를 채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특정 요일이나 시간에만 필요한 업무 등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사전심사제를 거쳐 허용된다. 예외적으로 채용하더라도 주휴수당 등 추가 수당을 비례 지급하도록 해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노동시간을 쪼개는 관행을 막기로 했다.

기관별 비정규직 규모와 비중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와 지방공기업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클린아이를 통해 비정규직 규모와 비중을 공시하는 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전년보다 비정규직 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 늘어난 기관에는 확대 사유도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정기 실태조사와 근로감독도 병행된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과 공무직 노동자의 고용 인원, 직종, 계약기간, 임금체계 등을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퇴직금 지급 회피 목적의 364일 계약 등 불공정 관행이 확인되면 1년간 근로계약을 보장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는 비정규직 고용 관련 지표가 신설되거나 강화된다. 자치단체 합동평가 반영도 검토된다. 고용노동부는 전문가 중심의 비정규직 고용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비정규직 채용·운영의 적정성, 사전심사제 운영, 공정수당과 적정임금 도입 여부 등을 평가할 기준을 마련한다.

정부는 올해 3월 11일부터 쪼개기 계약 관행이 의심되는 지방정부 30곳을 대상으로 기획감독에 착수했다. 하반기에는 감독 확대도 검토한다. 지난 4월 6일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가 온라인으로 상담받을 수 있는 ‘공공부문 불합리한 관행 상담센터’도 열었다.

대책 이행은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5월 비정규직 처우개선 가이드라인 마련과 사전심사제 지침 개정이 이뤄지고, 7월에는 비정규직 규모와 비중 관리 체계가 마련된다. 9월에는 공정수당과 적정임금 관련 예산이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다. 공정수당과 적정임금은 2027년 1월부터 시행하는 일정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불공정한 고용관행을 바로잡고 합리적인 처우개선을 통해 모범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공공부문의 성과가 민간부문까지 확산돼 일하는 국민 누구나 일터에서 존중받고 땀의 가치에 맞게 대접받는 일터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임금 보전 차원을 넘어 고용관행 전반의 문제로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간제 노동자 절반이 1년 미만 계약이라는 조사 결과는 공공부문에서도 안정적 고용 원칙이 충분히 지켜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다만 공정수당과 적정임금은 모두 재정 투입이 필요한 만큼 예산 확보가 관건이다. 적용 대상과 총소요 예산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관별 이행 수준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전심사제의 실효성도 과제로 남는다. 기존 제도는 승인율이 90%를 넘을 정도로 형식적으로 운영됐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반복 채용 여부와 상시·지속 업무 해당성 등을 엄격히 따지는 후속 기준이 필요하다.

복지 3종 개선과 정규직 전환 기준도 향후 논의 과정에서 구체화돼야 한다. 정부가 기관별 단기계약 규모와 이행 실적을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이번 대책의 성과가 갈릴 전망이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