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청년 노동시장 이탈] 일도 구직도 멀어진 남성 청년 ①

25∼34세 남성 경제활동참가율 2000년 89.9%서 2025년 82.3%로 하락
OECD 평균보다 빠른 하락세···‘쉬었음’·‘취업준비’ 증가가 주요 원인
기사입력:2026-05-04 17:05:47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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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김승한 기자] 남성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5년 새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노동시장 진입 지연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4일 발표한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의 하락 추세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5∼34세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0년 89.9%에서 2025년 82.3%로 7.6%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25∼34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2.4%에서 77.5%로 25.1%포인트 상승했다.

경제활동참가율은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친 경제활동인구가 해당 연령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참가율 하락은 일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줄었다는 뜻이다. 단순한 취업 부진을 넘어 구직 자체를 미루거나 노동시장 밖에 머무는 청년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이 주요 선진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한국의 하락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큰 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은 1995년 OECD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이후 빠르게 낮아졌다. 1995년부터 2024년까지 하락폭은 10.8%포인트였다.

세대별 흐름에서도 같은 현상이 확인됐다.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에 비해 밀레니얼 세대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밀레니얼 남성의 낮은 경제활동 참여는 30대 후반까지 이어졌다. 청년기의 노동시장 진입 지연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소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비경제활동 상태를 세부적으로 보면 ‘쉬었음’과 ‘취업준비’ 증가가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의 대부분을 설명했다. 정규교육기관 통학, 육아와 가사는 경제활동참가율 변동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이 학업 연장이나 가사 분담 증가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 오삼일 팀장은 “남성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 하락과 여성 및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 확대는 사회규범과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노동공급이 다양화되는 과정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청년층이 보다 수월하게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남성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은 노동공급 측면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생산연령인구와 경제활동참가율은 경제 전체의 노동공급 총량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저출산으로 일할 수 있는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청년층 일부가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면 노동공급 감소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보고서는 이번 현상의 배경으로 청년층 내부 경쟁구조 변화, 산업구조 변화, 고령화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노동시장 진입 경로 위축을 제시했다.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는 전문직과 사무직 진입 경쟁을 높였고, 제조업·건설업 중심의 중·저숙련 일자리 감소는 초대졸 이하 남성의 노동수요를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단기 고용대책만으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청년이 노동시장에 늦게 들어갈수록 경력 형성 기회와 숙련 축적이 줄어든다. 이는 장기적으로 임금과 생산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개인의 취업 문제를 넘어 경제 전체의 성장 잠재력과 재정 기반에 연결되는 사안이다.

보고서는 산업구조 변화에 맞춘 기술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규직 고용보호의 과도한 경직성을 완화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는 등 노동시장 전반의 구조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남성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을 개인의 근로 의욕 저하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여성과 고령층의 경제활동 확대, 산업구조 재편, AI 확산이 맞물리면서 청년층의 첫 일자리 진입 경로가 좁아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단기 일자리 대책보다 산업 전환에 맞는 직무훈련,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 초기 경력 형성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