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이날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결과, 재적 조합원 6만5593명 가운데 4만6412명이 찬성해 73.7% 찬성률로 합의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투표는 지난 22일 오후 2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진행됐다.
이번 합의안의 핵심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지급 방식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사업성과, 즉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삼아 DS 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최근 반도체 호황을 이끈 메모리사업부를 중심으로 일부 직원은 최대 5억원에 가까운 특별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DX 부문 직원에게 책정된 특별성과급은 600만원 수준이다.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 완제품 사업을 맡은 DX 부문 노동자들은 같은 삼성전자 직원 사이에 과도한 보상 격차가 생겼다며 반발하고 있다. 성과급 산정 기준이 사업부 실적을 강하게 반영하면서 부문 간 형평성 논란이 커진 것이다.
DX 부문 노동자 중심으로 구성된 삼성전자노조 동행은 투표 종료 전날 수원지방법원에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동행노조는 잠정합의 과정에서 공동교섭단을 이탈한 뒤 DX 노동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동교섭단 내부의 투표 결과도 온도 차를 보였다. 초기업노조는 투표인원 5만7332명 가운데 4만4606명이 찬성해 찬성률이 80.6%에 달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재적 조합원 8261명 가운데 1536명이 찬성해 찬성률이 21.1%에 그쳤다. 같은 합의안을 두고 노조별 이해와 평가가 크게 갈린 셈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0일 파업을 약 1시간 앞두고 성과급 배분 방식 등에 합의했다. 파업 직전 극적 타결로 단기 충돌은 피했지만, 합의안의 무게 중심이 DS 부문에 쏠리면서 DX 부문 불만이 표면화됐다. 이번 투표 가결이 노사 갈등의 종결보다 새 갈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DX 부문의 문제 제기는 단순한 금액 불만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 안에서 반도체 실적이 회사 전체 이익을 좌우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완제품 사업 구성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양상이다. 특히 DX 부문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심리 위축 속에서도 스마트폰·TV·가전 사업을 유지해온 만큼 일정 수준의 기여가 보상에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회사로서는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 원칙을 앞세울 수 있다. 반도체 호황이 영업이익 개선을 이끌었다면 DS 부문에 더 큰 보상을 하는 것은 성과주의 취지에 맞다는 논리다. 그러나 성과급 격차가 조직 내 갈등으로 번지면 전체 경쟁력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도체와 완제품 사업은 별개가 아니라 브랜드, 공급망, 기술 생태계 안에서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은 삼성전자의 보상 체계가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드러낸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특정 부문 성과급 재원으로 삼으면 보상 예측 가능성은 높아진다. 반대로 사업부 간 실적 격차가 클 때 내부 통합을 흔들 수 있다. 성과주의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산정 기준과 배분 원칙이 투명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임금협상 가결 이후에도 DX 부문의 반발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의 가처분 판단과 별개로, DX 구성원의 불만이 장기화하면 향후 노사 교섭과 조직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사업부별 실적 차이를 반영하되 회사 전체 기여도와 장기 경쟁력까지 고려하는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번 합의안 가결로 올해 임금협상의 큰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73.7% 찬성률이 곧 내부 갈등 해소를 뜻하지는 않는다. 성과급 제도의 성패는 많이 받은 쪽의 만족보다 적게 받은 쪽의 납득에 달려 있다. DX 부문 반발은 삼성전자가 성과주의와 조직 통합 사이에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