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 성과급 갈등이 남긴 질문

기사입력:2026-05-28 16:41:58
[공유경제신문 김승한 기자]
여명구 삼성전자 부사장(사진 왼쪽)과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오른쪽)이 27일 임금협약 조인식에서 사인하고 있다(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 제공)
여명구 삼성전자 부사장(사진 왼쪽)과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오른쪽)이 27일 임금협약 조인식에서 사인하고 있다(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 제공)
삼성전자의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지난 27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73.7% 찬성으로 가결됐다. 노사 모두 큰 고비를 넘겼다. 파업 직전 타결된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 문턱까지 통과하면서 올해 임금협상은 일단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를 ‘노사 갈등 해소’로만 읽기는 어렵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에는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길이 열렸다. 성과급은 자사주로 지급된다. 3분의 1은 즉시 매각할 수 있고, 나머지는 1년과 2년 뒤 처분할 수 있다.

반면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을 맡는 DX 부문에는 상대적 박탈감이 남았다. 알려진 특별성과급 규모는 600만원 수준이다. 반도체 호황을 이끈 일부 DS 직원이 최대 5억원에 가까운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DX 부문 노동자들이 중심이 된 노조가 찬반투표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까지 낸 배경이다.

성과에 따라 더 보상하는 원칙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 실적의 무게중심이 반도체로 쏠린 상황에서 DS 부문 기여가 컸다는 점도 분명하다. 인공지능(AI) 확산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는 반도체 인재 확보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들었다. 글로벌 인재 시장에서 버티려면 보상 경쟁력은 필수다.

문제는 ‘얼마를 주느냐’보다 ‘어떻게 납득시키느냐’다. 같은 회사 안에서 보상 격차가 지나치게 커지면 성과주의는 동력이 아니라 갈등 요인이 된다. 완제품 사업의 기여는 손익계산서 한 줄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브랜드 가치, 판매망, 고객 접점, 공급망 운영은 반도체 못지않게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떠받치는 축이다.

해외 주요 기업들의 보상 체계가 참고점이 될 수 있다. TSMC와 마이크론, 인텔 등은 영업이익뿐 아니라 재무 상황, 기술 성과, 생산성, 사업부 목표, 개인 평가 등을 함께 본다. 구글, 메타, 엔비디아, AMD 등은 현금 보상과 주식 보상을 섞어 장기 성과와 인재 유지를 겨냥한다. 핵심은 단순한 이익 배분이 아니라 회사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개인 기여도를 함께 반영하는 데 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지급과 매각 제한을 도입한 것은 글로벌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단기 현금 유출을 줄이고 직원 보상을 기업가치 상승과 연결하려는 설계다. 그러나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못 박는 방식은 업황 변동성이 큰 반도체 산업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호황기에는 보상 기대가 폭발하고, 불황기에는 실망이 커진다.

이번 투표 결과도 내부 온도 차를 보여준다. 전체 찬성률은 73.7%였지만 노조별 표정은 달랐다. 특정 노조는 높은 찬성률을 보인 반면 다른 노조는 낮은 찬성률에 그쳤다. 숫자상 가결은 됐지만 구성원 모두가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임금협상이라는 절차적 고비를 넘었다. 이제 남은 일은 제도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성과주의는 투명한 기준과 설득 가능한 배분 원칙이 있을 때 힘을 얻는다. 반대로 기준이 불명확하거나 특정 부문에만 유리하다고 받아들여지면 조직 통합을 해친다.

삼성전자의 경쟁자는 내부의 DS도 DX도 아니다. TSMC, 엔비디아, 애플, 중국의 추격 기업들이다. 내부 구성원이 서로의 몫을 다투는 구조가 길어질수록 외부 경쟁에 쓸 에너지는 줄어든다.

성과를 낸 곳에 더 보상해야 한다. 동시에 성과를 가능하게 한 회사 전체의 기반도 평가해야 한다. 이번 성과급 갈등은 삼성전자에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다. 초격차를 외치는 기업이 그 안의 구성원에게도 납득 가능한 질서를 만들 수 있는지 묻는 시험대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