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8.29포인트(1.59%) 오른 5642.21에, 코스닥은 38.11포인트(3.40%) 오른 1159.55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긴장 완화 기대, 반도체 업종 투자심리 회복이 맞물리며 지수는 하루 만에 반등했다. 대형 반도체주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고, 낙폭 과대 인식이 퍼진 성장주에도 매수세가 붙었다.
겉으로만 보면 투자심리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는 흐름으로 읽힌다. 하지만 시장 안쪽을 들여다보면 분위기는 다르다. 지수 반등을 이끈 동력은 외국인과 기관의 복귀가 아니라 개인의 대규모 순매수였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24조9150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23조5440억원, 기관은 3조411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던진 약 27조원어치 물량을 개인이 사실상 홀로 받아내며 시장 하단을 떠받친 셈이다.
이 같은 개인 매수세는 급락장에서 더 두드러졌다. 코스피가 장중 급락하며 충격을 키운 지난 23일에도 개인은 7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낙폭을 방어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위험 회피에 나서는 동안 개인은 저가 매수에 나섰고, 그 결과 시장은 단기적으로 추가 붕괴를 피했다. 최근 국내 증시가 해외 변수에 크게 흔들리면서도 일정 수준의 복원력을 보인 배경에도 개인 자금 유입이 자리한다.
다만 문제는 이 방어가 탄탄한 현금성 대기 자금만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시장 반등을 떠받친 개인 자금 상당 부분이 레버리지 성격을 띤 것으로 해석되면서, 지수 상승 이면의 취약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이달 들어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은 4125억원으로 불어났다. 월간 기준으로 2023년 10월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12월 1563억원이던 반대매매 금액은 올해 1월 2143억원, 2월 2295억원으로 늘었고, 3월 들어 증가 속도가 한층 가팔라졌다.
반대매매는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을 산 투자자가 기한 내 결제 대금을 채우지 못할 때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절차다. 특히 미수거래는 짧은 시간 안에 매매 차익을 노리는 초단기 레버리지 성격이 강하다. 주가가 예상과 반대로 움직이면 투자자는 손실을 만회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강제 청산에 내몰릴 수 있다. 시장이 급락한 뒤 기술적 반등을 보이는 국면에서 이 같은 구조는 투자자 피해를 더 키울 수 있다. 저점 매수를 노리고 들어갔다가 반등 이전에 반대매매로 정리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3월 초 급락장 직후인 6일 일별 반대매매 금액은 824억 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변동성이 확대될 때 레버리지 자금이 얼마나 빠르게 시장의 압박 요인으로 바뀌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승장에선 거래를 키우는 연료가 되지만, 하락장에선 낙폭을 증폭하는 장치로 변하는 게 레버리지 자금의 본질이다. 지금처럼 외부 악재와 투자심리 변화가 잦은 장세에선 그 위험이 더 크다.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2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3조3486억원으로, 이달 5일 기록한 33조6945억원의 사상 최고치 이후 계속 33조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신용거래는 미수거래보다 만기가 길지만,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경우 반대매매 압력을 키운다는 점에선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공개 통계상 미수 반대매매 규모만으로 시장 위험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면 위에 드러난 숫자보다 실제 청산 압력은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달 증시가 보여준 흐름은 한국 증시의 현재 체력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한편에선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이탈에도 개인이 지수를 떠받칠 만큼 국내 투자자 저변이 두꺼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한 개인의 적극적 매매가 과거보다 빠르고 강해졌고, 조정장에서의 저가 매수 대응도 훨씬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개인이 시장의 보조적 수급 주체가 아니라 사실상 핵심 축으로 올라섰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그만큼 시장이 단기 자금과 개인 심리에 더 민감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외국인과 기관이 빠진 자리를 장기 투자 성격의 안정 자금이 아니라 단기 반등을 노린 개인 자금이 메웠다면, 지금의 반등은 기초 체력 회복보다 수급 공백 메우기에 가깝다. 상승의 지속성보다 반락의 속도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장세라는 의미다. 특히 개인 매수세가 특정 업종과 테마에 집중될수록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장세에선 반도체, 2차전지, 고변동 성장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쏠리는 경향이 강했다.
시장 불안을 키운 배경에는 대외 변수도 있다.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약화, 환율 부담, 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외국인 수급이 급격히 흔들렸다. 국내 증시는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라는 호재를 안고도 외부 충격 앞에선 쉽게 밀리는 구조를 다시 노출했다. 지수 반등 하루만으로 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기대는 분명 증시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실적 개선 기대가 살아 있고, 미국 자본시장 진출 기대감도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업종 기대만으로 시장 전반의 체력이 회복됐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주도 업종이 버티더라도 수급 기반이 취약하면 증시는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결국 지금 시장의 핵심 변수는 단순한 지수 등락이 아니라 누가, 어떤 자금으로, 얼마나 지속적으로 매수하느냐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반등과 불안을 함께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수 급락 뒤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복귀 없이 개인 자금만으로 상승 추세를 이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수와 신용거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장중 급등락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심리가 조금만 흔들려도 반대매매가 매물을 키우고, 그 매물이 다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금 시장은 개인 자금이 지수를 떠받치고 있지만, 그 이면에선 미수와 신용거래 확대에 따른 청산 위험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수가 반등했다고 해서 시장 체력이 회복됐다고 보긴 이르다”며 “레버리지에 기대 유입된 자금은 변동성이 다시 커질 때 오히려 하락 폭을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당분간은 지수 방향성보다 수급의 질과 반대매매 압력을 함께 봐야 하는 구간”이라며 “무리한 추격 매수보다 현금 비중 관리와 변동성 대응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