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랑스 경제협력, 어디까지 왔나] 핵심광물에서 투자까지···공급망 협력 속내 ④

정상회담서 공급망 공조 공식화···산업부는 프랑스 재계와 투자·산업협력 심화 논의
투자 확대보다 중요한 건 집행···공급망 협력, 실제 성과가 시험대
기사입력:2026-04-09 15:32:56
지난 3일 열린 한국-프랑스 정상회담 소인수회담(출처: 청와대)
지난 3일 열린 한국-프랑스 정상회담 소인수회담(출처: 청와대)
[공유경제신문 김승한 기자] 한국-프랑스 경제협력의 속내는 공급망과 투자에서 가장 또렷하게 드러난다. 원전과 AI, 해상풍력이 전면에 섰다면, 그 기반에는 결국 핵심광물과 자본, 기업의 실제 투자 판단이 놓여 있다. 이번 정상회담과 산업통상부 면담이 함께 보여준 것도 그 지점이다. 한-프 협력은 이제 우호를 확인하는 단계를 지나, 누가 어떤 산업에 자금을 투입하고 어떤 공급망을 함께 짤 것인가를 따지는 단계로 들어섰다.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3일 공동성명에서 핵심광물 및 금속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협력의향서 서명을 환영했다. 양국은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공동 프로젝트 개발 기회를 모색하고, 광물 자원 정보와 부가가치 창출을 둘러싼 제도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속 가능한 광업 활동을 늘리고 연구와 교육·훈련 분야의 시너지도 키우기로 했다. 공급망을 단순 조달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의 기반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핵심광물 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배터리와 반도체, 전기차, 방산, 청정에너지 산업은 모두 광물 공급망에 민감하다. 특정 국가나 지역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가격과 조달, 생산 일정이 동시에 흔들린다. 한국과 프랑스가 광물 협력을 공동 프로젝트와 가치사슬 차원에서 다루겠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공급망 불안을 비용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투자 흐름도 이번 회담의 또 다른 축이다. 공동성명은 양국이 최근의 상호투자를 환영하고, 투명하고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기업 환경을 조성해 투자 모멘텀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EU 자유무역협정의 완전한 이행 필요성을 다시 확인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시장 접근과 제도 신뢰가 받쳐주지 않으면 투자 확대도, 공급망 연계도 오래가기 어렵다.

정상회담 하루 전 산업부가 프랑스 최대 경제단체인 MEDEF 대표단과 진행한 면담은 이 구상을 더 현실적으로 보여줬다. 산업부에 따르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일 서울에서 MEDEF 대표단과 만나 한-프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면담은 미·중 전략 경쟁과 중동·러시아 관련 지정학적 불안으로 흔들리는 통상 환경 속에서 프랑스 주요 기업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경제협력과 투자·산업 협력의 심화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첨단산업과 에너지, 공급망 분야 협력 기회를 넓히겠다는 목적도 분명했다.

이날 면담에는 프랑수아 자코 MEDEF 위원장을 비롯해 20여 개 기업, 30여 명의 기업인이 참석했다. 에어리퀴드, 토탈에너지스, 베올리아, OP모빌리티 등 산업용 가스, 에너지, 환경, 자동차 부품 분야 주요 기업도 자리했다. 프랑스 기업들은 한국에 투자 중인 프로젝트와 외국인 투자 지원 정책, 에너지 산업의 현황과 발전 방향, 에너지안보 등을 주요 관심사로 제시했다. 정부 간 합의가 실제 기업의 투자 판단과 맞물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여한구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에너지 전환과 첨단기술 중심의 구조 변화 속에서 반도체, 전기차, 저탄소 공급망 등 전략산업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양국의 기술력과 산업 기반을 결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한국은 글로벌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계속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자본과 기술을 단순 유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전략산업 공급망을 함께 짜는 파트너로 보겠다는 인식이 읽힌다.

중요한 건 투자액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프랑스 기업의 자금이 제조시설, 연구개발, 공급망 거점 가운데 어디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경제적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한국 기업의 대프 투자도 마찬가지다.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넓히는 투자라면 단순 해외 진출이 아니라 산업 전략의 일부가 된다. 결국 한-프 투자의 셈법은 액수보다 방향과 구조에 달려 있다.

공급망 협력도 선언만으로 완성되진 않는다. 핵심광물 협력의향서가 체결됐다고 곧바로 안정적 조달망이 생기는 건 아니다. 실제 광물 확보와 정제·가공, 운송, 재활용, 기술 협력, 공동 비축, 투자 금융까지 이어져야 공급망이 비로소 작동한다. 양국이 공동 프로젝트 추진 의지를 확인한 만큼, 다음 관전 포인트는 분야별 참여 기업과 투자 방식이다. 공급망 협력의 성패는 선언보다 계약 구조, 자금 집행, 제도 정비 속도에 달렸다는 평가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프랑스와의 전방위 협력이 전략적 수준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실제 경제협력의 무게중심도 교역 확대의 선언에서 공급망과 투자 설계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핵심광물 협력, 투자 환경 정비, 프랑스 기업과의 직접 접촉이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이번 한-프 협력의 성패는 양해각서 숫자가 아니라 실제 투자와 공급망 재편 성과로 갈리게 된다. 핵심광물 협력이 공동 조달과 가공, 투자로 이어지고, 프랑스 기업의 투자 논의가 국내 생산과 연구개발 거점 확대로 연결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프 경제협력도 이제 선언의 단계를 지나, 자본과 프로젝트가 실제로 움직이는지 여부로 평가받게 됐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