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TF 순자산 400조원 돌파···증시 반등·연금 자금 유입에 급성장

2002년 첫 상장 뒤 24년 만에 400조원 시대···올해 1월 300조원 돌파 후 100일 만에 100조원 늘어
지수형 넘어 반도체·배당·채권형 투자 확대···쏠림·괴리율 확대 등 부작용 우려도
기사입력:2026-04-16 17:10:25
KB자산운용이 지난해 10월 상장지수펀드 2종을 출시했다
KB자산운용이 지난해 10월 상장지수펀드 2종을 출시했다
[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처음으로 순자산 400조원을 돌파했다. 증시 반등과 개인·연금 자금 유입이 맞물리면서 ETF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다만 시장 외형이 급격히 커진 만큼 특정 종목 쏠림과 가격 왜곡 등 부작용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5일 기준 국내 상장 ETF 1093개의 순자산 총액은 404조627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ETF 순자산이 40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02년 10월 첫 상품 상장 이후 24년 만이다. 시가총액도 같은 날 40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ETF 시장의 성장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순자산 총액은 2023년 6월 100조원을 넘긴 데 이어 2025년 6월 200조원, 올해 1월 300조원을 각각 돌파했다. 이후 약 100일 만에 다시 100조원이 불어나면서 400조원 고지에 올라섰다. 시장 저변 확대와 투자 수요 증가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ETF 시장 급성장의 배경으로는 우선 국내 증시 반등이 꼽힌다. 최근 증시가 회복 흐름을 보이면서 개별 종목보다 지수와 업종 전반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확대됐다. ETF는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면서도 분산투자가 가능해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대안 투자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개인 투자자 유입도 시장 확대를 이끈 주요 요인이다. 모바일 거래 환경이 정착하면서 개인 투자자들도 지수형 ETF는 물론 배당형과 채권형, 테마형 ETF까지 투자 대상을 넓히고 있다. 개별 종목 분석 부담을 줄이면서도 시장 흐름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ETF의 강점으로 꼽힌다.

퇴직연금 자금 유입 역시 ETF 시장 확대의 중요한 축이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을 중심으로 ETF 투자 비중이 커지고 있다. 장기 운용 성격이 강한 연금 자금은 개별 종목보다 지수형이나 자산배분형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과정에서 채권혼합형과 배당형 ETF, 저변동성 상품 등이 연금 계좌의 주요 편입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품군도 빠르게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코스피200 등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 ETF 시장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로봇, 방산, 원자력, 2차전지 등 산업별 테마형 ETF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여기에 고배당 ETF와 월 분배형 커버드콜 ETF, 금리 흐름에 대응하는 채권형 ETF까지 투자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이 같은 흐름은 ETF가 단순한 지수 추종 상품을 넘어 자산배분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기관투자가 중심의 상품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개인과 연금 자금까지 폭넓게 유입되며 대중적 투자 수단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 팽창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우선 ETF 자금 유입이 특정 대형주와 지수 편입 종목으로 집중되면 개별 기업의 실적이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수급 효과만으로 주가가 움직일 수 있다. 지수 편입 종목에 매수세가 쏠리고 편출 종목은 급락 압력을 받는 현상이 반복되면 시장 가격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NAV) 사이 괴리율 확대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ETF는 구조상 시장가격이 순자산가치와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하지만, 거래가 과열되거나 기초자산 유동성이 낮은 경우 괴리율이 커질 수 있다. 특히 특정 테마에 집중된 상품이나 변동성이 큰 자산을 편입한 ETF는 가격 괴리가 확대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레버리지·인버스 ETF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 상품은 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거나 반대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구조여서 단기 대응 수단으로는 활용될 수 있지만, 장기 보유 때는 실제 성과가 기대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단순히 ETF라는 이유만으로 위험이 낮다고 판단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업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운용사들은 상품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운용보수 인하, 분배 정책 차별화, 지수 설계 고도화 등을 앞세워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ETF가 자산운용업계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 선점 경쟁도 갈수록 격화하는 양상이다.

투자업계에서는 ETF 시장 확대가 자본시장 저변을 넓히는 긍정적 흐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외형 성장에 걸맞은 질적 성숙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ETF가 대중적인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상품 구조와 위험도는 제각각”이라며 “투자자 보호와 정보 제공, 시장 감시 기능이 함께 강화돼야 ETF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