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줄어드는 도시의 미래와 ‘공유경제’의 가능성

[리뷰] 정은주 ‘인구감소시대 도시 만들기와 공유경제’ 기사입력:2026-04-17 13:33:41
인구감소시대 도시 만들기와 공유경제(정은주/ 전남대학교출판부)
인구감소시대 도시 만들기와 공유경제(정은주/ 전남대학교출판부)
[공유경제신문 안혜린 기자] 도시의 위기는 이제 막 도래한 미래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재다. 정은주의 ‘인구감소시대 도시 만들기와 공유경제’는 그 냉혹한 현실에서 출발해,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 도시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묻는 책이다.

저자는 인구감소, 고령화, 경기침체, 재정압박, 지역격차 심화 같은 징후를 흩어진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이를 ‘인구감소시대’라는 하나의 구조적 전환으로 묶어내며, 앞으로의 도시는 성장과 확장보다 축소와 재편, 경쟁보다 공유와 연결의 관점에서 다시 설계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단순하고도 날카롭다. 지금껏 도시가 팽창을 전제로 운영됐다면, 이제는 줄어드는 현실을 전제로 새로운 질서를 짜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미덕은 도시를 건물과 도로의 집합이 아니라 사람, 산업, 재정, 공동체, 생활 기반이 얽힌 유기적 체계로 바라본다는 데 있다. 저자는 도시가 탄생 이후 끊임없이 생성과 성장, 쇠퇴와 변형을 거쳐왔다는 점을 짚으며 변화야말로 도시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그런 인식 위에서 오늘의 한국 도시를 규정하는 핵심 조건으로 인구감소와 고령화, 지방재정 악화, 도시 간 격차 확대를 제시한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가 겪는 위기를 일시적 후퇴가 아니라 피하기 어려운 구조적 흐름으로 읽어내는 대목은 예사롭지 않다.

책은 다양한 통계와 사례를 통해 이 위기가 얼마나 깊고 넓게 번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지방소멸위험지수 하락, 빈집 증가, 생활서비스 축소, 지역 커뮤니티 약화는 각각 따로 떨어진 징후가 아니다.

한 도시의 활력이 어떻게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꺼져가는지를 보여주는 연쇄의 장면들이다. 사람이 줄면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산업과 서비스가 위축된다. 세수 기반이 흔들리면 공공서비스도 약해진다. 그 결과 생활 여건은 더 나빠지고, 다시 인구 유출이 이어진다. 책은 이 악순환의 구조를 건조한 문장으로 차근차근 짚어낸다.

이 책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위기의 진단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도시 만들기’와 ‘공유경제’라는 두 개념을 교차시키며 하나의 대안을 제시한다. 여기서 공유경제는 통상적인 플랫폼 거래의 의미를 넘어선다.

남는 방이나 차량을 빌려 쓰는 협의의 개념이 아니라, 공간과 시설, 서비스, 이동, 돌봄, 지역자산을 함께 사용하고 다시 엮어내는 사회적 운영 방식에 가깝다. 도시를 더 크게 키우는 대신, 이미 가진 자원과 관계를 어떻게 다시 조직할 것인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 지점에서 책은 오늘의 도시 담론과 분명한 거리를 둔다. 많은 도시정책 논의가 여전히 첨단기술, 초고층 개발, 메가시티 경쟁 같은 성장의 언어를 반복할 때, 정은주는 오히려 사라질 위험에 놓인 도시의 자리에서 질문을 시작한다.

어떻게 더 빨리 성장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무너지지 않고 버틸 것인가를 묻는다. 그것은 패배주의가 아니라 현실 인식에 가까운 태도다. 축소사회에 접어든 도시가 끝내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물론 책의 제안이 곧바로 해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유는 말처럼 쉽게 작동하지 않는다. 제도의 설계, 공공의 조정 능력, 주민 참여, 지역사회 신뢰, 안정적 재원 같은 조건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잘못 설계된 공유경제는 공동체 회복보다 또 다른 시장 논리만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완성된 청사진이라기보다, 앞으로의 정책과 실천이 더 정교하게 답해야 할 문제들을 앞당겨 제시한 작업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 책의 가치는 뚜렷하다. 인구감소를 단순한 통계 변화가 아니라 도시의 존재 방식 자체를 바꾸는 사건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비어가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줄어드는 인구 속에서 어떤 생활서비스를 유지할 것인지, 고령화가 심화한 지역에서 이동과 돌봄 체계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 같은 질문은 더 이상 학술적 가정에 머물지 않는다. 이미 많은 지역이 답을 내놓아야 하는 현실의 과제가 됐다.

‘인구감소시대 도시 만들기와 공유경제’는 전문 연구서의 외양을 지녔지만, 그 문제의식은 결코 좁지 않다. 지방소멸, 초고령사회, 공동체 해체를 오늘의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구조적 위기로 받아들이는 독자라면 충분히 읽어볼 만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도시의 미래를 성장의 낙관이 아니라 지속의 감각으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도시는 결국 사람의 관계와 생활의 밀도로 유지된다. 정은주의 이 책은 인구감소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 묻는다. 그 질문은 비관의 언어라기보다, 축소의 시대를 건너는 도시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제안처럼 읽힌다.


안혜린 기자 rin796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