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지난 2월 발표한 ‘초고령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에 따르면 화장건수는 2000년 8만3천건에서 2024년 33만7천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화장률은 33.5%에서 94.0%로 상승했다. 화장이 예외적인 선택이 아니라 장례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수요 증가 속도에 비해 공급 기반 확충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화장시설 공급은 사망자 수 증가에 맞춰 늘어났지만,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여력은 갈수록 줄고 있다.
월별 기준으로는 실제 화장건수가 적정가동건수에 근접하거나 이를 웃도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신규 시설 건립보다 화장로 증설이나 운영시간 연장 같은 제한적 대응이 이어지면서 구조적 한계가 누적됐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부담은 대도시권에서 더 뚜렷하다. 2024년 기준 화장시설 가동여력은 서울이 사망자 수 대비 -11.7%로 과부하 상태를 보였다. 반면 전북은 116.2%로 큰 차이를 나타냈다. 부산도 4.8%에 그쳐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일수록 공급 기반은 오히려 취약한 셈이다.
화장시설 부족은 장례의 적시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차 화장률은 2019년 86.2%에서 2022년 73.6%로 떨어진 뒤 2025년에도 75.5%에 머물렀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아직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장례가 제때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화장 수요는 시간대와 계절에 따라 집중되는 특성이 있다. 유족 선호가 오전에 몰리는 데다 환절기 사망자 증가, 한식이나 윤달 같은 시기적 요인까지 겹치면 특정 기간 수요가 급등한다. 감염병 확산처럼 예기치 못한 보건 위기까지 닥치면 대응 여력은 더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화장시설은 기존 설비를 한계 수준까지 가동하는 방식으로 수요에 대응하고 있어 설비 고장 위험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장시령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과장은 “화장시설 부족은 단순한 대기 문제를 넘어 3일장 차질과 원정 화장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장례 절차상 불편뿐 아니라 위생·방역 관리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장 수요 증가는 단순한 고령화의 결과만은 아니다. 분석에 따르면 화장건수 증가분의 74%는 화장 장려 정책, 핵가족화, 화장 선호 확산 같은 사회적 환경 변화가 기여했다. 실제로 후손에게 묘지 관리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인식과 간소한 장례 절차를 선호하는 흐름이 맞물리면서 화장은 빠르게 보편화했다.
반면 공급 확대는 더디다. 화장시설은 대표적인 기피시설로 꼽히면서 수요가 많은 지역일수록 설치 장벽이 높다. 지역 주민 반발과 행정적 제약이 겹치면서 신규 설치가 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됐다. 전국 화장시설 62곳 가운데 61곳이 공설이라는 점도 민간 진입이 사실상 제한된 현실을 보여준다.
이 여파는 고스란히 유족 부담으로 이어진다. 가까운 지역에서 제때 화장을 하지 못하면 다른 지역 시설을 이용해야 하고, 장례 절차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화장시설 부족이 단순한 편의 문제를 넘어 삶의 마지막 절차 전반의 불안정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앞으로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화장건수가 2024년 33만7천건에서 2050년 67만9천건으로 약 두 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과 같은 지역 간 불균형이 이어지면 대도시 과부하와 원정 화장 문제는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과제는 높아진 화장 수요에 맞춰 공급 체계를 다시 짜는 데 있다. 대도시권 과부하를 해소하지 못하면 장례 지연과 원정 화장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런 병목이 왜 생기는지, 요양시설 수가체계와 화장시설 규제 문제를 중심으로 제도적 원인을 짚는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