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AI 스타트업에 1조9800억 투자재원···유니콘 육성 승부수

인핸스·올마이투어·크로스허브·히트메트릭엑스·테라마임·서버키트 IR 무대
GPU 4000장 공급, 해외 실증·멘토링 연계···자금·시장·인프라 패키지 지원
기사입력:2026-04-23 16:32:40
사진=2026 K-AI Champions IR Day가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사진=2026 K-AI Champions IR Day가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공유경제신문 안혜린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차세대 유니콘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대규모 육성책을 꺼내 들었다. 투자 유치부터 실증, 해외 진출, 컴퓨팅 인프라 지원까지 한데 묶은 전주기 지원 체계를 가동해 국내 AI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본격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과기정통부는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와 함께 ‘2026 K-AI 챔피언스 IR 데이’를 열었다. 행사는 지난해 AI·ICT 경진대회에서 기술력과 사업성을 검증받은 스타트업을 민간 투자자와 직접 연결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정부가 선발한 유망 기업을 실제 투자 시장에 올려 성장의 다음 단계로 넘기겠다는 취지다.

이날 IR 무대에는 인핸스, 올마이투어, 크로스허브, 히트메트릭엑스, 테라마임, 서버키트 등 6개 스타트업이 올랐다. 인핸스는 AI 에이전트 기반 커머스 운영체제 ‘커머스OS’, 올마이투어는 온톨로지 기반 호텔 자율운행 에이전틱 AI OS ‘프로젝트 탈로스’를 선보였다.

크로스허브는 제로트러스트 기반 보이스 AI 결제 서비스 ‘V-PAY’를 내세웠다. 히트메트릭엑스는 첨단 반도체 패키지 내부 열 분석 플랫폼, 테라마임은 얼굴과 입술 움직임을 함께 활용하는 AI 보안 솔루션 ‘LIPS 시큐리티’, 서버키트는 엔터프라이즈용 AI 실행 레이어 ‘BeSir’를 각각 소개했다.

현장에는 벤처캐피털과 투자 전문가 150여명이 참석했다. 스틱벤처스,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 우리벤처파트너스, 지앤텍벤처투자, IMM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주요 VC 심사역도 참여해 기술 독창성, 수익모델, 글로벌 확장성을 점검했다. 발표 뒤에는 기업별 부스에서 개별 투자 협의도 이어졌다.

이번 행사의 핵심은 단순한 IR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과기정통부는 AI 스타트업 지원을 개별 사업 단위가 아닌 성장 사다리 관점에서 재편하고 있다. 창업 초기에는 멘토링과 경진대회 후속 지원을, 성장 단계에는 투자와 실증, 해외 진출, 인프라 지원을 묶어 제공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직접 발굴한 기업을 민간 투자 생태계와 접속시키는 구조를 정례화하겠다는 의미도 담겼다.

자금 지원 규모도 대폭 키운다. 과기정통부는 현재 AI혁신펀드와 KIF(Korea IT Fund) 등을 중심으로 1조2000억원 규모 투자재원을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여기에 우정사업본부 예금·보험 자금 등을 더해 오는 6월까지 민관 합동 투자재원을 총 1조9800억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 자금을 마중물 삼아 유망 AI 스타트업의 후속 투자와 스케일업을 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초기 기업 지원책도 함께 내놨다. 기술과 경영을 아우르는 1대1 전담 멘토링을 제공하고, 창업 경진대회 수상팀에는 후속 투자 유치 기회를 계속 지원한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인 AI 인재와 창업팀을 국내로 유치해 공동 연구개발과 창업을 돕는 사업도 추진한다. 단기 행사 지원에 그치지 않고 인재 확보와 창업 기반까지 넓히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실증과 레퍼런스 확보 지원도 강화한다. AI 스타트업의 고질적 약점으로 꼽히는 시장 검증 문제를 풀기 위해 12대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AI를 접목한 AX 연구개발 실증 과제를 추진한다. 글로벌 성장 바우처, AX 원스톱 바우처 등 수요처 기반 실증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AI 반도체, 제조, 헬스케어, 교육, 농축산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실증 사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 지원은 더 촘촘해진다. 과기정통부는 뉴욕대 등 글로벌 전문가와 연계한 기술·경영 컨설팅을 제공하고, 국내외 파트너십을 활용한 맞춤형 성장 자문도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 해외 IT지원센터를 AI 특화 거점으로 개편해 현지 실증과 네트워크 확보를 밀착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기술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고객과 레퍼런스를 확보하도록 지원 축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컴퓨팅 인프라 공급도 이번 대책의 한 축이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 확보한 GPU 1만장 가운데 4000장 이상을 스타트업 등 산학연에 배분할 계획이다. AI 추론 서비스 개발에 특화된 국산 NPU 반도체 지원 사업도 추진한다. 소형 AI 데이터센터 구축, 클라우드 이용료 지원, 데이터 바우처 공급, 데이터안심구역 연계 확대도 병행한다. AI 기업들이 현장에서 가장 크게 호소해온 연산 자원 부족과 비용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이처럼 전방위 지원에 나선 배경에는 국내 AI 스타트업이 투자 부족, 실증 부족, 컴퓨팅 부족이라는 삼중의 벽에 막혀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기술 경쟁력은 있어도 대규모 자금과 시장 레퍼런스를 확보하지 못해 성장 동력을 잃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선 이미 자본과 인프라를 앞세운 빅테크와 해외 스타트업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어, 국내 기업에도 속도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다만 정책의 성패는 숫자보다 집행에서 갈릴 전망이다. 1조9800억원이라는 투자재원 규모가 실제 유망 기업의 후속 투자와 매출 확대, 해외 고객 확보로 이어지지 않으면 현장 체감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경진대회 수상 기업 중심 지원을 넘어 더 많은 스타트업이 시장 검증과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개방형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도 과제다.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기반과 정건영 과장은 “이번 IR 데이를 시작으로 AI 스타트업과 투자사의 접점을 넓히는 행사를 정례화하고, 우수 기업이 실제 투자 유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후속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안혜린 기자 rin796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