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도 정상회담] 글로벌 사우스 외교 본격화···외교안보 협력 확대 ③

한반도·중동 정세 공조···민주주의 가치 바탕 전략 소통 강화
뭄바이 코리아 센터 조성···문화·교육·인적 교류 확대
기사입력:2026-05-01 23:26:37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20일 인도 뉴델리에서 정상회담을 열었다(출처: 청와대)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20일 인도 뉴델리에서 정상회담을 열었다(출처: 청와대)
[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한국과 인도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협력을 넘어 외교안보와 문화·인적 교류로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달 2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양국 협력과 역내 포용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양 정상은 한반도 문제와 중동 정세, 에너지·원자재 수급 불안 등 국제 현안을 놓고도 의견을 교환했다. 미중 전략 경쟁과 공급망 재편, 중동발 안보 불안이 겹친 상황에서 양국 간 전략 소통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대통령실은 이번 인도 국빈 방문을 한국의 글로벌 사우스 외교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계기로 평가했다. 인도는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국가이자 고속 성장 중인 주요 경제권이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글로벌 사우스의 핵심 국가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인도와의 협력 확대는 외교적 의미가 작지 않다. 기존 동맹 외교를 유지하면서도 신흥 경제권과의 협력망을 넓히는 것은 대외 불확실성을 줄이는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양 정상은 회담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 가치를 바탕으로 협력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아시아의 대표적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과 인도가 외교안보, 경제, 기술, 문화 분야에서 함께 움직일 경우 역내 안정과 공동 번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도 공유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그동안 인도 정부가 보여준 지지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어 한반도와 역내 평화를 위해 인도가 건설적 역할을 계속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양 정상은 중동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중동 지역의 안정과 평화 회복이 세계 안보와 경제에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주요 에너지 수입국으로서 에너지 자원과 핵심 원자재 수급 안정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은 양국 관계가 경제 중심 협력에서 외교안보 협력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줬다. 양측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배타적 진영 대결보다 포용적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한국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려는 외교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문화와 인적 교류 확대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양국은 문화창조산업 협력 양해각서를 토대로 인도 뭄바이에 ‘뭄바이 코리아 센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센터는 K-팝 상설 공연장이자 K-컬처의 해외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K-팝과 K-드라마, K-푸드, K-뷰티, K-게임 등 한국 문화 콘텐츠는 인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한국에서도 발리우드 영화와 요가, 인도 음식이 친숙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양국 정부는 이런 흐름을 제도적 교류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어와 한국학 교육도 확대된다. 양국은 국제교류재단과 주인도 한국교육원을 중심으로 한국어 프로그램과 한국학 교육 기반을 넓히기로 했다. 인도 내 한국 문화 수요가 커지는 만큼 교육과 문화 교류를 함께 키우겠다는 취지다.

전자결제 시스템 연계도 추진된다. 양국은 상대국 방문 때 자국의 QR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관광객과 유학생, 기업인의 방문 편의를 높이고 민간 교류를 촉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 대통령은 인도 방문 기간 간디 추모공원에 헌화하며 평화와 민주주의, 인권의 가치를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억압과 차별에 맞서면서도 증오가 아닌 사랑과 이해를 택했던 마하트마 간디의 철학이 갈등과 분열이 이어지는 국제정세 속에서 큰 울림을 준다고 설명했다.

양국의 역사적 인연도 재조명됐다. 이 대통령은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 연설에서 고대 가야국 김수로왕과 인연을 맺은 아유타국 허왕후 이야기를 언급했다. 2천 년 전 바다를 건너 시작된 인연이 오늘의 전략 협력으로 이어졌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정상 간 개인적 유대도 부각됐다. 이 대통령은 모디 총리와의 관계를 두고 “소년공과 짜이왈라가 만났다”고 표현했다. 모디 총리는 한국의 발전 경험을 높이 평가하며 구자라트주 발전 과정에서 한국을 모델로 삼았던 일화를 소개했다.

모디 총리의 방한 문제도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적절한 시기에 모디 총리가 한국을 방문할 것을 제안했고, 모디 총리는 이에 화답했다. 대통령실은 모디 총리가 늦어도 내년까지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외교안보와 문화교류 협력은 경제 분야보다 성과를 수치로 확인하기 어렵다. 글로벌 사우스 외교가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고위급 전략 대화와 지역 현안 공조, 인적 교류 확대, 문화 거점 운영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뭄바이 코리아 센터도 단순한 문화 홍보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현지 청년과 창작자, 기업, 교육기관이 참여하는 상시 교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한국어 교육 확대 역시 교원 확보, 교육 콘텐츠 개발, 장학 프로그램 등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한국과 인도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확인했다. 과제는 이를 지속 가능한 제도와 교류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인도·태평양 협력, 글로벌 사우스 외교, 문화·인적 교류가 맞물릴 때 한·인도 관계는 경제를 넘어 실질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