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3일 공동성명에서 경제·통상 협력을 양국 관계의 전략적 축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국은 핵심광물과 금속 분야 협력 확대, AI·양자·반도체 분야의 새 파트너십 구축,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청정수소 협력 강화, 상호투자 확대와 예측 가능한 기업 환경 조성에 뜻을 모았다. 정상회담에서 제시된 협력 구상이 실제 사업과 투자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후속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후속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정상회담 하루 전 산업통상부는 프랑스 최대 경제단체인 MEDEF 대표단과 만나 투자·산업협력 심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에어리퀴드, 토탈에너지스, 베올리아, OP모빌리티 등 프랑스 주요 기업이 참석했다. 한국의 외국인 투자 지원 정책, 에너지 산업 방향, 투자 프로젝트, 에너지안보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정부 간 합의가 기업의 투자 판단과 연결되는 흐름이 본격화한 셈이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후속 협력이 이어졌다. 같은 날 열린 제9차 한-불 과학기술공동위원회에서 양국은 AI와 양자 등 핵심 전략기술 분야 협력을 재확인했다. 기초과학연구원과 KAIST, 서울대, 고려대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와 연구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KAIST와 프랑스 양자컴퓨팅 기업 콴델라는 양자 하드웨어 제조와 공급망 협력 확대에도 합의했다. 공동연구가 산업 기반과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다음 단계 과제로 꼽힌다.
금융 협력도 후속 이행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과 프랑스중앙은행은 지난 7~8일 디지털 자산과 기후변화를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열고 스테이블코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토큰화 환경에서의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의 역할, 기후변화가 물가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논의했다. 양국 중앙은행은 2024년 이후 정례 학술 교류를 이어오고 있으며, 이번 세미나는 글로벌 경제·금융 환경 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의 연장선에서 마련됐다. 실물 부문의 협력이 투자와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진다면, 중앙은행 간 공조는 이를 뒷받침할 금융·거시정책 협력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MOU는 출발선일 뿐 곧바로 성과를 뜻하진 않는다. 원전 협력은 안전 기준과 기술 보호, 연료 주기, 규제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해상풍력과 청정에너지 협력은 사업성, 인허가, 전력망, 주민 수용성을 넘어야 한다. 핵심광물 협력도 공동 조달과 가공, 투자 금융, 재활용 체계로 이어지지 않으면 선언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AI·반도체·양자 협력 역시 공동연구를 사업화와 표준 선점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성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결국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후속 사업을 구체화하고, 투자 계획을 실제 집행으로 잇고, 정부·기업·연구기관·금융당국 간 협력체계를 정례화하는 일이다. 외교 이벤트 이후에도 협력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실익을 가르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번 정상회담이 수교 140주년을 계기로 프랑스와의 전방위 협력을 전략적 수준으로 한 단계 격상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정상회담을 전후해 산업, 연구, 금융 분야에서 후속 협력이 잇따르면서 관계 격상이 실질 협력으로 이어질 기반도 넓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교역 목표와 투자 계획, 연구 협력, 금융 대화가 개별 발표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성과 사슬로 연결돼야 정상회담의 경제적 성과도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프 경제협력은 이제 발표보다 이행 단계에서 평가받게 됐다. 앞으로는 양해각서 체결 건수보다 실제 투자 집행 규모와 공동 프로젝트 착수 여부, 기술 협력의 사업화 성과가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정상회담에서 제시된 협력 구상이 산업과 금융, 연구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구체화하느냐가 한-프 경제협력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