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4월 경제진단] 중동전쟁에 산업계 긴장···석유화학 직격, 반도체·자동차도 부담 커져 ④

원유·LNG 급등에 생산비 상승 압력
공급망 흔들리면 제조업 전반으로 충격 확산
기사입력:2026-04-26 14:57:18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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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중동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업종별로 충격의 강도와 결은 다르지만,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이 생산비를 밀어 올리고 공급망 불안까지 자극하면서 제조업 전반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게 한국은행의 진단이다.

특히 중동산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석유화학은 직접 타격이 불가피하고,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산업도 비용과 수요, 현지 전략 측면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10일 발표한 ‘경제상황 평가(2026년 4월)’에서 중동전쟁의 영향을 공급망 리스크, 생산비 및 수익성, 현지 생산과 수요 등 세 축으로 나눠 점검했다. 한은은 업종별 충격의 강도는 다르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길어질 경우 제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먼저 우리 산업 구조 자체가 중동 리스크에 취약하다고 봤다. 중동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LNG는 발전의 주요 연료이고, 원유는 운송연료는 물론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 원료로 쓰인다. 이 때문에 중동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은 단순한 원가 부담을 넘어 경제 전반의 비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공급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광범위한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가장 먼저 충격권에 들어간 업종은 석유화학이다. 한은은 제조업 가운데 석유화학의 공급망 불확실성이 가장 크다고 짚었다. 핵심 원료인 나프타의 수입이 중동 국가에 크게 집중돼 있어서다. 전쟁 장기화와 물류 차질, 가격 급등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석유화학이 자동차와 조선, 반도체 같은 주력 수출산업은 물론 플라스틱과 비닐 등 생활 필수품 소재까지 공급하는 기반 산업이라는 점이다. 석유화학이 흔들리면 개별 업종의 문제가 아니라 제조업 전반의 연쇄 부담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진다.

산업 분석을 맡은 조사국 재정산업팀 하정석 과장은 현재는 기존 비축물량과 대체 공급처 발굴, 정부 조치 등으로 석유화학 제품의 광범위한 생산중단이 현실화한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동전쟁이 길어지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운 업종부터 생산 차질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반도체는 일부 핵심 소재의 공급망 우려가 제기되지만, 단기적인 생산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헬륨과 브롬 등 일부 필수 소재의 수입처가 중동에 집중돼 있어 공급망 리스크가 있다고 봤다. 다만 기업들이 일정 수준의 비축 물량을 갖고 있고, 필수 소재의 공급망 구조도 비교적 대응 여력이 있는 만큼 단기적인 생산 차질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석유화학처럼 원재료 의존도가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업종과는 결이 다르다는 뜻이다. 업계 우려는 분명하지만, 당장 생산라인이 흔들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한은 판단이다.

여타 제조업 역시 단기적으로는 버틸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와 조선, 철강 제품 등의 핵심 소재와 광물은 중국과 호주 등 중동 이외 지역에 비교적 집중돼 있고, 과거 공급망 위기를 거치며 일정 수준의 비축과 공급선 다변화도 진행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런 점에서 단기 공급망 리스크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석유화학처럼 산업의 바닥을 받치는 업종에서 생산 차질이 본격화하면 다른 제조업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리스크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용 부담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커질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원유와 LNG 가격이 동시에 50% 상승할 경우 석유정제와 화학 산업의 생산비 증가폭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1차 금속과 금속가공, 운송장비, 컴퓨터·전자 제품 제조업 순으로 생산비 압력이 커질 것으로 봤다. 에너지를 직접 원료로 쓰거나 생산 공정에서 투입 비중이 큰 업종일수록 충격이 크게 나타나는 구조다. 최근 들어 이런 에너지발 비용 압력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한은은 주목했다.

수익성 역시 업종별로 차이가 뚜렷했다. 한은은 석유정제 원료를 사용하는 화학산업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전기장비와 고무·플라스틱 등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에 민감한 업종도 수익성 저하가 예상됐다.

반면 컴퓨터·전자, 곧 반도체를 포함한 업종은 수익성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산업 충격이 와도 업종마다 원가 구조가 다르고, 가격 전가 능력과 수익 기반도 달라 피해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 규모에 따라 체감 충격도 달랐다. 한은은 대체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에너지 가격 상승에 더 취약한 것으로 봤다.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여력이 작고, 원자재 조달 구조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무·플라스틱 제품 등 생활 밀착형 업종의 중소기업이 에너지 가격 급등의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전쟁의 충격이 산업 간 격차뿐 아니라 기업 규모에 따른 격차까지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자동차 산업은 공급망보다 수요와 현지 전략 측면의 부담이 더 크게 부각됐다. 한은은 중동 주요국으로 수출하는 우리 제조업체들이 현지 수요 감소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고 봤다.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미국의 품목관세 부과와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서 중동 시장 확대를 돌파구로 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 수요가 위축되면 판매 확대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전쟁 장기화로 현지 생산공장 건설 일정까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제시됐다.

조선업은 단기 부담과 중장기 기회가 엇갈리는 업종으로 평가됐다. 최근 조선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일부 가스 수급 차질 우려가 제기됐지만, 공급 계약 등을 통해 일단 해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동시에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가 본격화하면 국내 조선업이 강점을 가진 선종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한은은 봤다. 전쟁이 당장은 비용과 조달 불안을 키우지만, 장기적으로는 선박 발주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건설과 방산도 예외는 아니다. 중동에 진출한 건설업은 단기적으로 현지 수요 둔화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전후 복구사업이 본격화하면 신규 수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시됐다. 방산 역시 이번 전쟁 과정에서 실제 성능이 부각된 품목을 중심으로 수요 확대 가능성이 거론됐다. 한은은 전쟁이 모든 산업에 일률적 악재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며, 일부 업종에는 수요 구조 변화라는 다른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이번 분석에서는 업종별로 충격의 강도와 양상이 다르게 나타났다. 석유화학은 원료 조달과 생산비 측면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큰 반면, 반도체는 일부 소재 수급 우려에도 단기적인 생산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는 중동 수요 둔화와 현지 전략 지연이 부담이고, 조선은 단기 부담 속에서도 공급망 재편의 반사이익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다. 업종별 명암이 뚜렷한 만큼 대응 역시 일률적이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결국 중동전쟁의 산업 충격은 이미 시작됐고, 향후 전쟁의 지속 기간과 국제 에너지 가격, 공급망 재편 속도에 따라 업종별 타격의 크기와 방향도 달라질 전망이다. 한은이 제조업 전반의 리스크 관리를 강조한 것도 충격의 시작보다 확산 가능성을 더 경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음 회차에서는 취업자 수 전망과 ‘저해고·저채용’ 현상을 중심으로 고용 흐름을 짚어본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