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가 던진 법의 숙제

[리뷰] Nestor M. Davidson ‘공유경제와 법률 - 케임브리지 핸드북’
우버·에어비앤비 이후 플랫폼 경제의 쟁점 집대성
노동·세금·소비자 보호·데이터 독점까지 폭넓게 조망
기사입력:2026-05-01 09:50:02
공유경제와 법률 - 케임브리지 핸드북 검색(Nestor M. Davidson/ 박영사)
공유경제와 법률 - 케임브리지 핸드북 검색(Nestor M. Davidson/ 박영사)
[공유경제신문 안혜린 기자] 공유경제는 더 이상 ‘남는 것을 나누는 경제’라는 낙관적 구호로 설명되지 않는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플랫폼 경제는 시장을 바꿨고, 그 변화는 곧 법의 시험대가 됐다.

‘공유경제와 법률 - 케임브리지 핸드북’은 이 시험대에 오른 질문들을 정면으로 다룬 책이다. 네스터 M. 데이비드슨이 엮고 블록체인법학회 번역팀이 옮겼다. 책은 공유경제가 기존 산업과 법질서에 준 충격을 노동법, 소비자법, 세법, 민법, 규제정책 등 여러 분야에서 살핀다.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공유경제는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디지털 플랫폼과 결합하며 법이 예상하지 못한 속도와 방식으로 커졌다. 차량 호출, 숙박 공유, 단기 노동, 데이터 기반 중개 서비스는 기존 법체계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소비자 편익은 커졌다. 노동 불안정, 조세 회피, 차별, 데이터 독점, 기존 산업과의 충돌도 함께 커졌다.

이 책의 강점은 공유경제를 찬양하거나 배척하지 않는 데 있다. 플랫폼은 유휴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게 한다. 개인에게 새 소득 기회도 준다. 시장 진입 장벽도 낮춘다. 그러나 플랫폼이 단순한 중개자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피할 수 있는지는 별개 문제다. 알고리즘으로 가격과 배차, 노출을 통제한다면 그 지배는 전통적 기업조직의 지배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공유경제의 핵심 쟁점은 ‘규제를 없앨 것인가’가 아니다. ‘어떤 규제가 필요한가’다. 기존 법은 공정경쟁, 소비자 보호, 노동권, 조세 형평, 차별 금지를 목표로 삼아 왔다. 플랫폼 경제가 등장했다고 그 목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정교한 해법이 필요해졌다. 낡은 규제를 기계적으로 유지해서도 안 된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책임 공백을 방치해서도 안 된다.

국내 독자에게 이 책이 유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 이미 ‘타다’ 논쟁을 겪었다. 숙박 공유와 배달 플랫폼을 둘러싼 갈등도 계속됐다. 논쟁은 대체로 기존 업계와 신산업의 충돌로 소비됐다. 플랫폼이 만든 노동의 성격, 데이터 권력, 소비자 보호, 공적 규제의 재설계 문제는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다. 이 책은 그 빈자리를 메우는 참고서에 가깝다.

번역 과정도 눈길을 끈다. 블록체인법학회 회원 34명이 참여해 약 600쪽 분량의 원서를 옮겼다. 발간사에 따르면 이 작업은 공유경제 관련 학술 논의가 부족한 현실에서 출발했다. 고학수 서울대 교수의 문제 제기가 계기가 됐고,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이 번역 작업을 주도했다. 여러 전문가가 참여한 만큼 용어와 문체의 통일성에는 일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방대한 해외 논의를 국내에 소개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작지 않다.

책은 공유경제를 디지털 전환의 한 장면으로 본다. 소유 중심 경제가 접속 중심 경제로 이동하고, 데이터와 네트워크가 새로운 자본으로 기능한다는 분석이다. 이는 공유경제 논의를 차량과 숙박 서비스에 가두지 않는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데이터 경제, 플랫폼 독점 문제까지 이어지는 넓은 지형을 보여준다.

다만 이 책은 쉬운 교양서라기보다 법정책 연구서에 가깝다. 공유경제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여러 필자의 글을 묶은 핸드북 특성상 장마다 문제의식과 밀도도 다르다. 그럼에도 공유경제 논의가 구호와 이해관계의 대립에 그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무게는 필요하다.

공유경제는 한때 미래의 동의어처럼 불렸다. 지금은 그 미래가 만든 비용까지 따져야 할 때다. 플랫폼은 편리함을 판다. 그 편리함의 대가는 누가 치르는가. 노동자는 독립사업자인가, 보호받아야 할 종속 노동자인가. 데이터로 움직이는 시장에서 소비자와 시민은 어떤 권리를 가져야 하는가. 국가는 혁신을 막지 않으면서 공정한 질서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

‘공유경제와 법률’은 이 질문에 하나의 답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논의의 출발선을 넓힌다. 공유경제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는 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큰 구호가 아니다. 더 정교한 법적 언어다. 이 책은 그 언어를 마련하려는 충실한 시도다.


안혜린 기자 rin796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