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오피스’로 뜬 집무실···성장성 입증했지만 수익모델 아직 시험대

주거지 인접 분산오피스로 하이브리드 워크 수요 흡수···개인·기업 회원제로 반복매출 확보
대기업 고객층·공간 운영 솔루션 확장성 강점···임차료·가동률·해지율 핵심 변수
외형 확장보다 중요한 건 점포당 수익성···프롭테크 기업 전환 여부 기업가치 갈라
기사입력:2026-04-20 16:34:30
사진=집무실
사진=집무실
[공유경제신문 안혜린 기자] 재택근무와 출근의 중간지대를 파고든 분산오피스 브랜드 집무실이 하이브리드 워크 시장의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집 근처에서 일할 수 있는 24시간 워크라운지를 내세워 차별화에 성공했지만, 시장이 이제 묻는 건 성장 서사가 아니라 실질 수익성이다. 지점 수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향후 기업가치는 점포당 손익과 운영 솔루션의 외부 확장 여부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무실은 알리콘이 운영하는 워크라운지 브랜드다. 사업 구조는 단순하다. 서울·수도권 거점에 업무공간을 확보한 뒤 개인 회원과 기업 회원을 모집해 구독형 매출을 올리는 방식이다. 무제한 이용권, 야간·주말 이용권, 지정석, 일일권 등 상품 구성이 세분화돼 있어 이용 패턴별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기업 고객에게는 단체 회원권을 제공해 복지와 업무 인프라를 결합한 서비스로 접근하고 있다.

집무실의 차별점은 입지 전략에 있다. 기존 공유오피스가 강남·광화문·여의도 같은 도심 업무지구를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집무실은 주거지 인접 지역을 전면에 내세웠다. 재택근무를 하자니 집중이 어렵고, 본사까지 출근하자니 이동 부담이 큰 직장인을 겨냥한 모델이다. 카페 업무의 소음과 좌석 불안, 집에서 일할 때의 생활 간섭을 동시에 피하려는 수요를 파고든 셈이다.

이 같은 전략은 하이브리드 워크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흐름이라는 판단 위에서 작동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모든 직원을 본사 좌석에 맞춰 수용하기보다 외부 분산형 업무공간을 탄력적으로 활용하는 편이 효율적일 수 있다. 집무실이 단순한 ‘공간 대여업’보다 ‘업무 인프라 서비스’로 읽히는 이유다.

실제 사업모델의 강점은 반복매출에서 나온다. 월 단위 회원권은 일회성 매출보다 안정성이 높고, 자동결제 방식은 고객 유지율만 확보되면 현금흐름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개인 고객은 생활권 기반의 접근성을 보고 들어오고, 기업 고객은 직원 만족도와 분산근무 효율을 보고 계약한다. 수요처가 이원화돼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소비 침체로 개인 회원이 줄어들더라도 기업 계약이 버팀목이 될 수 있고, 반대로 기업 수요가 흔들릴 때는 개인 구독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기업 고객 기반은 집무실의 시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기업 임직원을 중심으로 이용 수요가 형성됐다는 점은 이 서비스가 단순한 개인 공부방이나 스터디카페 대체재를 넘어섰다는 뜻이다. 기업이 분산근무 인프라를 외부 서비스로 조달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졌다면, 집무실은 복지 플랫폼과 업무 공간의 경계에 선 사업자로 볼 수 있다. 향후 법인 전용 요금제나 거점 맞춤형 계약 구조가 정교해지면 B2B 매출 비중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투자 포인트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알리콘은 집무실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공간 운영 자동화 솔루션까지 사업을 넓히고 있다. 무인 출입, 시설 제어, 운영 데이터 관리 같은 기능이 고도화되면 집무실은 더 이상 자기 브랜드 지점만 늘리는 회사가 아니라 공간 운영 체계를 서비스로 파는 프롭테크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다. 시장이 이런 확장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오프라인 지점 확대는 자본집약적이지만, 운영 솔루션 판매는 상대적으로 높은 확장성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다만 장밋빛 전망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프라인 거점형 사업의 태생적 한계는 여전하다. 가장 큰 부담은 고정비다. 임차료와 관리비, 인테리어 투자비, 시설 유지비, 운영 인력 비용이 상시 발생한다. 24시간 운영과 프리미엄 공간 설계는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지만 동시에 손익분기점도 끌어올린다. 지점을 빠르게 늘릴수록 외형은 커 보일 수 있어도, 점포당 가동률이 떨어지면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은 회원 수보다 좌석 가동률을 본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도 실제 이용률이 낮으면 구독형 모델의 장점은 반감된다. 특히 지정석이 아닌 자유석 기반 서비스는 피크 시간대 혼잡도와 비혼잡 시간대 유휴 좌석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이용자 만족도를 유지하면서도 좌석 효율을 높여야 하는 까다로운 운영 과제가 뒤따른다. 점포별 상권 특성과 이용 패턴 분석이 정교하지 않으면 확장은 곧 비용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경기 민감도 역시 경계해야 할 변수다. 개인 고객에게 월 구독형 워크라운지는 필수재보다 선택재에 가깝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 가장 먼저 줄일 수 있는 지출 항목이 될 수 있다. 기업 고객도 사정은 비슷하다. 비용 절감 기조가 강해지거나 출근 중심 조직문화가 강화되면 외부 업무공간 예산은 축소될 여지가 크다. 결국 집무실 수요는 원격근무 확산이라는 거시 흐름과 각 기업의 근무 정책 변화에 동시에 노출돼 있다.

운영 품질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집무실의 경쟁력은 요금보다 공간 품질에 있다. 조용한 환경과 안정적인 좌석 운영, 청결, 냉난방, 앱 기반 출입 편의성, 커피와 회의공간 같은 서비스가 만족도를 가른다. 문제는 이런 요소가 지점 수가 늘수록 균일하게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두 곳의 관리 실패가 전체 브랜드 신뢰를 깎을 수 있다. 프리미엄을 표방하는 브랜드일수록 운영 편차에 더 취약하다.

결국 집무실의 다음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외형 성장보다 점포당 수익성을 입증해야 한다. 둘째, 개인 회원과 기업 회원의 해지율을 낮춰 반복매출 시스템을 안정화해야 한다. 셋째, 공간 운영 노하우를 솔루션 사업으로 연결해 자본집약형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맞물려야 시장은 집무실을 단순한 공유오피스 브랜드가 아니라 확장 가능한 프롭테크 기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공유오피스 업계에선 집무실의 향후 성패가 외형 확장보다 수익성 방어에 달렸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분산오피스 사업은 브랜드 인지도보다 실제 가동률과 재계약률이 더 중요하다”며 “집무실이 공간 브랜드를 넘어 운영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하면 기업가치가 한 단계 뛸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단순 점포 확장 모델의 한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린 기자 rin796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