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초고령사회가 드러낸 생애말기 인프라 민낯

요양 대기와 원정 화장 이미 현실
문제는 고령화보다 공급 막는 제도와 늦은 대응
기사입력:2026-04-27 16:44:44
사진=서울시립승화원
사진=서울시립승화원
[공유경제신문 김승한 기자] 초고령사회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노인 인구가 늘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회가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다. 이번 연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은 분명하다. 생애말기 돌봄과 장례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는 양과 질 모두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요양 대기와 원정 화장은 더 이상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이미 현실이 됐다.

노인요양시설이 대표적이다. 입소정원은 늘었지만 정작 수요자가 원하는 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 상위 평가시설에는 대기자가 몰리고, 하위 시설은 정원을 채우지 못한다. 시설 수가 부족하다기보다 양질의 시설이 부족한 셈이다. 초고령사회에서 돌봄의 핵심은 단순한 수용 능력이 아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서비스가 있느냐다. 하지만 지금의 공급 체계는 그 기대를 충분히 채우지 못하고 있다.

화장시설도 사정은 비슷하다. 화장률은 이미 90%를 넘었지만 대도시에서는 여전히 제때 화장을 치르기 어렵다. 서울 같은 수요 밀집 지역은 가동여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에 가깝다. 그 결과 유족은 다른 지역 시설을 찾아 이동해야 한다. 장례는 고인을 보내는 마지막 절차이자 유족의 애도 과정이다. 그 기본 절차가 지역별 인프라 격차에 따라 흔들리는 현실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불균형이 단순히 고령화 탓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노인요양시설은 지역별 부동산 비용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 수가체계 탓에 수요가 많은 대도시일수록 공급이 더 어렵다. 화장시설은 님비와 행정 장벽에 가로막혀 필요성이 큰 곳일수록 설치가 쉽지 않다. 수요가 몰리는 곳에서 공급이 막힌다면, 이는 인구 문제이기 전에 제도 문제라고 봐야 한다.

그동안 생애말기 돌봄과 장례 인프라는 복지의 주변 영역처럼 다뤄진 측면이 있다. 그러나 초고령사회에서 이 문제는 더 이상 부수적인 과제가 아니다. 누구나 맞게 되는 마지막 시간을 사회가 어떤 수준으로 떠받칠 것인가의 문제다. 학교와 병원, 도로와 철도처럼 국가가 기본 설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영역이다. 이런 시각 전환 없이는 공급 부족도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해법의 방향도 분명하다. 공공은 안전망 구축과 품질 감독, 취약계층 보호에 집중해야 한다. 민간은 자본과 운영 효율성을 바탕으로 공급 확대와 서비스 혁신에 참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역할을 키우는 데 있지 않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공급이 이뤄지도록 제도와 인센티브를 다시 짜는 데 있다.

초고령사회는 이미 현실이 됐다. 남은 것은 선택이다. 요양 대기와 원정 화장을 감수한 채 구조적 불균형을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삶의 마지막을 지탱할 인프라를 사회의 기본 책임으로 보고 제도를 손질할 것인지의 문제다. 초고령사회 대응의 수준은 결국 마지막 시간을 얼마나 존엄하게 지킬 수 있느냐에서 드러난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