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4월 경제진단] 강남은 숨 고르고 중저가는 뛰고···한은, 수도권 집값 ‘키맞추기 장세’ 진단 ⑥

공급 부족·대출규제·세제 부담이 시장 재편
고가지역 둔화, 중저가지역 상승세가 수도권 주도
기사입력:2026-04-28 18:15:18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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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올해 수도권 주택시장은 고가지역이 주춤하고 중저가지역이 오르는 이른바 ‘키맞추기 장세’가 진행 중이라고 한국은행이 분석했다. 강남3구 등 고가지역은 지난 2년간 큰 폭으로 오른 뒤 올해 들어 상승세가 둔화했고, 일부 지역은 3월 하락 전환한 반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중저가지역은 상승폭을 키우며 수도권 집값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공급 부족, 대출규제, 세 부담 확대가 지역별로 수요와 매물을 다르게 움직인 결과라는 게 한은 설명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발표한 ‘경제상황 평가(2026년 4월)’ 부속 분석에서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을 두고 ‘키맞추기 장세’가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강남3구 등 고가지역은 지난 2년간 큰 폭 상승한 뒤 올해 들어 오름세가 둔화했고 3월에는 하락 전환했다. 반면 지난 2년간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크지 않았던 중저가지역은 올해 들어 높은 상승세를 보이며 수도권 오름세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를 집값 양극화라기보다 지역 간 가격차가 줄어드는 재편 과정으로 봤다.

이번 분석의 핵심은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의 변화가 단순한 강세나 약세가 아니라, 가격대와 지역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구조적 변화라는 점이다. 한은은 여건 변화가 시장 반응을 지역별로 다르게 만들면서 고가와 중저가 지역의 흐름이 갈렸다고 설명했다. 고가지역은 매수세가 약해지고 매물이 늘어난 반면, 중저가지역은 전세시장 불안과 자금조달 여건 변화 속에 실수요가 몰리며 상승세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 우선 수도권 신규주택 공급 부족을 들었다. 수도권 입주물량 감소가 지속되면서 매매시장뿐 아니라 임대차시장 공급량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공급 부족은 전세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매매 수요를 늘리는 배경이 된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실제로 한은은 신규주택 공급 부족과 갭투자 감소에 따른 전세 공급 위축으로 전세가격이 상승했고, 이에 따라 임대차시장에 머물던 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했다.

정책 변화도 시장 흐름을 바꾼 주요 변수로 꼽혔다. 한은은 지난해 10·15 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수도권의 갭투자 등 투자수요가 크게 위축됐다고 봤다. 특히 15억원 이상 주택의 담보대출 한도가 축소되면서 고가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줄었고, 이 영향이 고가지역 약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규제 강화가 시장의 무게중심을 고가 주택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주택으로 옮겨놓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다.

세제 부담 확대 역시 고가지역을 압박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은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보유세 부담 증가 우려로 고가지역을 중심으로 매도물량이 크게 늘었다고 진단했다. 실제 자료에서도 고가 지역일수록 매도물량 증가폭이 큰 것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매물을 받아줄 수요가 동시에 줄었다는 점이다. 매수세는 약해지고 매도물량은 늘어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고가지역은 상승세가 꺾이거나 가격이 조정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반면 중저가지역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한은은 신규주택 공급 부족과 10·15 대책의 영향이 겹치면서 중저가지역 구축 아파트 매매 수요가 늘었다고 봤다. 전세가격 상승으로 임차 수요가 매매로 이동한 데다, 15억원 이상 아파트의 자금조달 여건이 나빠지면서 늘어난 수요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15억원 이하 아파트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결국 공급 부족과 대출 규제가 동시에 중저가 매수세를 키운 셈이다.

이 과정에서 수도권 안에서도 지역별 온도 차는 더 뚜렷해졌다. 고가지역은 투자수요 위축과 매물 증가, 대출 규제가 한꺼번에 작용하면서 상승세가 둔화하거나 하락으로 돌아섰다. 반대로 중저가지역은 실수요와 대기 수요가 몰리면서 아파트 가격 오름세를 이어갔다. 한은은 이런 흐름을 두고 지역 간 가격차가 줄어드는 ‘키맞추기 장세’라고 표현했다. 수도권 집값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국면이 아니라, 가격대와 규제 영향에 따라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특히 이번 움직임을 단순한 양극화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봤다. 흔히 양극화라고 하면 비싼 지역은 더 오르고 싼 지역은 덜 오르는 흐름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가지역이 주춤하고 중저가지역이 오르면서 오히려 지역 간 가격차가 줄어드는 양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수도권 부동산 흐름은 ‘집값 양극화’보다 ‘가격차 축소’ 또는 ‘키맞추기’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이번 분석은 수도권 주택시장이 단순히 강남과 비강남, 서울과 경기라는 구도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도 보여준다. 같은 수도권 안에서도 가격 수준과 규제 강도, 대출 여건, 전세시장 상황에 따라 수요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저가지역의 강세를 단순한 투기 수요로 보기보다, 공급 부족과 전세 불안, 자금조달 여건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장 해석의 무게도 달라진다.

앞으로의 흐름은 입주물량과 전세시장, 금융·세제 정책 변화에 달렸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신규 입주가 늘거나 전세시장이 안정되면 중저가 매수세는 다소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대출규제와 세 부담이 이어지고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으면 현재의 키맞추기 장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고가지역의 조정이 길어질지, 중저가지역 상승세가 얼마나 지속될지도 결국 이 변수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이번 한은 분석은 수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고가 주택에 묶여 있던 수요가 규제와 자금조달 부담으로 중저가 주택으로 옮겨가면서 시장의 중심이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도권 집값 흐름을 한 줄로 요약하기보다, 어떤 지역과 어떤 가격대가 움직이는지를 따져봐야 최근 시장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올해 수도권 주택시장은 공급 부족과 대출규제, 세 부담 확대가 맞물리며 고가지역과 중저가지역의 흐름이 엇갈리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강남은 숨을 고르고 중저가는 뛰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의 무게중심도 고가 주택에서 중저가 주택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뚜렷해졌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