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발표한 ‘경제상황 평가(2026년 4월)’ 부속 분석인 ‘최근 중국 자동차산업 성장의 핵심동인 점검’에서 중국 자동차산업이 14억명 내수시장과 정부 정책, 서방 제조사와의 합작을 바탕으로 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 최대 생산국 지위를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2020년 이후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 지난해 미국의 관세정책에도 승용차 수출 1천억달러를 달성해 금액 기준 세계 2위 수출국으로 올라섰다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 수출 호조에도 자동차 수출 확대가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중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단순히 전기차 약진으로만 봐선 안 된다고 짚었다. 핵심은 시장별 수요와 규제, 통상 여건에 맞춰 차종 구성을 유연하게 바꾸는 수출 전략이라는 것이다. 전기차만 앞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유럽에는 PHEV, 신흥국에는 내연기관차를 내세우는 식으로 지역별 특성에 맞춘 전략을 펴며 시장 침투력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중국경제팀 이준호 과장은 최근 중국 자동차 수출의 특징으로 지역별 판매 확대와 차종 다변화를 꼽았다. 미국 수출 감소를 다른 나라 수출 증가가 메우는 구조가 형성됐고, 지역 특성에 따라 전기차와 PHEV, 내연기관차를 달리 앞세우는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은 분석에 따르면 최근 중국 자동차 수출은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은 주로 신흥국에 소규모로 수출하는 데 그쳤지만, 지금은 유럽 등 선진국과 러시아, 아프리카, 중남미까지 판매처를 넓혔다. 미국의 관세정책 시행 이후 대미 수출은 줄었지만, 이를 다른 지역 판매 확대로 만회하는 흐름이 나타났고 승용차 부문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 빠르고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중국은 이 과정에서 차종 구성을 유연하게 조정했다. 한은은 중국이 시장 후발주자로서 엔진과 변속기 같은 내연기관 핵심 기술은 서방 제조사와의 협력에 기대면서도, 친환경차 기술 개발과 희토류, 전기모터, 배터리 생산 등 자국이 강점을 가진 공급망 확충에는 전략적으로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생산비를 낮추고, 통상 여건 변화에 맞춰 수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바꿀 수 있는 대응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유럽 시장이 대표적 사례로 제시됐다. 한은은 유럽연합(EU)이 2024년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이 전기차 대신 PHEV 비중을 빠르게 늘렸다고 분석했다. PHEV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10% 관세가 적용되는 만큼, 중국 업체들이 이를 활용해 대유럽 수출을 이어갔고 결과적으로 유럽 판매는 관세 부과 이전보다 오히려 늘었다는 것이다. 무역장벽이 높아질수록 단일 차종보다 차종 다변화 전략이 더 큰 힘을 발휘했다는 뜻이다.
신흥국 전략은 또 달랐다. 한은은 아프리카 등 신흥국의 경우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점을 고려해 중국이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에는 친환경차를, 충전 기반이 부족한 지역에는 내연기관차를 앞세우는 식으로 각국 사정에 맞춘 수출 전략을 폈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차의 확산은 전기차 경쟁력 하나로 설명되기보다, 지역별 여건에 따라 상품 구성을 바꾸는 유연성에서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런 전략의 바탕에는 거대한 내수시장과 공급망 내재화가 자리하고 있다고 한은은 봤다. 중국은 14억명 규모의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일찍부터 대량 생산 기반을 키웠고, 희토류와 배터리, 전기모터 등 핵심 부품과 소재를 자국 중심으로 묶어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 자동차산업 전반의 공급망을 국내에 촘촘히 구축한 덕에 가격과 생산, 수출 전략을 훨씬 유연하게 짤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이런 중국 자동차산업의 부상이 한국과 일본, 독일 같은 전통적 자동차 강국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과거 오일쇼크 이후 연비 경쟁력을 앞세운 일본차가 급부상했던 것처럼, 이번 중동 사태를 계기로 친환경차 수요가 더 늘면 중국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통상 질서 재편이 기존 강자보다 중국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자동차업계로선 경계할 대목이 적지 않다. 중국이 단순한 저가차 수출국이 아니라 시장별로 차종을 나눠 공략하는 전략적 수출국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친환경차를, 신흥국에서는 내연기관차를 앞세우는 방식은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강세를 보여온 시장을 정면으로 파고드는 구조다. 결국 중국차의 위협을 전기차 한 품목 경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차종 포트폴리오와 공급망, 시장 대응력 전반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점을 한은 분석은 시사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자동차 수출 확대가 중국 전체 수출 흐름까지 떠받치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최근 중국 수출 호조에 승용차 수출이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가 단순한 제조업 한 업종을 넘어 중국 수출 회복의 핵심 품목으로 떠올랐다는 의미다. 이는 중국 자동차산업의 성장세가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 구조 변화에 가깝다는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결국 한은의 이번 분석은 중국 자동차산업의 급성장을 ‘전기차 약진’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내재화한 공급망, 그리고 통상 여건과 시장 수요에 따라 전기차와 PHEV, 내연기관차를 달리 앞세우는 차종 다변화 전략이 중국 자동차 굴기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으로 파고드는 중국차의 확산은 앞으로 한국과 일본, 독일 등 기존 자동차 강국의 수출 전략과 시장 재편에도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